예능부터 작곡·광고까지…홍진영 "트로트 가수도 할 수 있죠"
신곡 '잘가라'로 인기…'갓데리'로 불리며 행사 섭외 1순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장윤정을 잇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로 등장한 지 10여 년. 당시 '제2의 장윤정'이 되겠다며 여러 신인이 도전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홍진영(33)은 어느덧 '갓데리'(데뷔곡 '사랑의 배터리'에서 따온 별명), '홍블리'로 불리는 '대세'가 됐다.
그는 여느 트로트 가수들과 노선을 달리해 아이돌 가수처럼 예능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처음에는 넘치는 흥과 애교로 인해 '비호감'이란 말도 들었지만 특유의 솔직함과 밝은 에너지를 한결같이 보여주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예능인으로도 자리 잡았다.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발표한 신곡 '잘가라'는 트로트로는 이례적으로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25위까지 진입하고 각종 트로트 차트 1위를 석권했다. 유명 작곡가 조영수와 작사가 김이나가 협업한 노래로 한번 들으면 '잘가라 나를 잊어라/ 이까짓 거 사랑 몇 번은 더 할 테니'란 '뽕끼' 강한 후렴구가 흥얼거려진다. 홍진영 특유의 콧소리와 '꺾는' 창법이 귀에 쏙 박힌다.
잘 나가는 가수답게 최근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진영은 인터뷰를 마치면 바로 지방의 한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위해 이동해야 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피로는 집에서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하면서 푼다"며 대답 하나에 웃음 한번을 섞을 정도로 유쾌한 모습이었다.
"1~2월은 행사 시즌이 아닌데, 작년보다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바쁠 때는 하루 3~4개씩 일정이 있을 때도 있죠. 이 분야는 인기가 계속 이어지는 건 아니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것은 최대한 열심히 하자는 주의예요. 하하하."
그는 2016년 발표한 '엄지척'이 인기를 얻고, 지난해 출연한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2'에서 '언니쓰'로 화제가 되면서 지난해 바쁘게 행사 무대를 밟았다. 행사 섭외 1순위로 꼽히는 가수답게 연중행사 사이클과 유형도 잘 꿰고 있었다.
그는 "1월에는 기업 시무식이 있고 2월 중순부터 대학교 OT 시즌이 시작된다"며 "3월 말부터는 날이 풀리니 지방 축제들이 이어지고, 5월에는 대학 축제 시즌이다. 요즘은 대학 축제에 아이돌 가수뿐 아니라 힙합, 발라드, 트로트 등 장르별로 가수를 초대해준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지방의 계절 축제들이 있고, 겨울에는 스키장과 기업의 송년 행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걸그룹 스완으로 데뷔했다가 팀이 해체한 뒤 트로트로 전향한 터라 누구도 홍진영이 오랜 시간 이 장르를 고수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트로트란 장르가 싫었다"며 "그런데 데뷔하고서 처음 오른 행사에서 관객들이 '사랑의 배터리'를 따라 불러줬다. '트로트도 이런 떼창이 가능하구나' 하고 벅차올랐다. 그때 혼자 감동한 기억을 아직 잊지 못한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데뷔하고서 인터뷰 때마다 '독보적인 장윤정을 '뛰어넘고 싶죠?'란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언니를 뛰어넘기보다 트로트 가수도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예능도 하고 다른 가수와 협업도 하며 영역을 넓히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건 해본다"는 게 신조인 홍진영은 작곡에도 도전해 지난해 4월 개그맨 김영철에게 '따르릉'을, 이달 강호동에게 '복을 발로 차버렸어'를 선물하기도 했다. 모두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을 섞은 일렉 트로트로, 김영철은 '따르릉'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안되나용'까지 발표했다.
홍진영은 "사실 작곡을 틈틈이 했지만 처음 발표된 곡이 '따르릉'이었다"며 "음악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싶었고, 바쁠수록 일에 치이지 않고 뭔가를 더 해보고 싶었다. 만들어둔 발라드가 2곡 더 있는데 다른 가수들에게도 곡을 선물하고 싶다. 언젠가는 자작곡을 불러보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작곡뿐 아니라 그는 웬만한 가수들도 찍기 어렵다는 광고까지 섭렵했다. 화장품, 보일러, 치킨, 안마의자, 블랙박스, 한돈, 체인 음식점 등 트로트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다수의 광고를 찍었다.
"제 캐릭터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지치지 않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죠. 앞으로도 '트로트 가수가 이런 것까지 할 수 있어?'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오랜 시간 트로트 시장이 침체라는 말에도 "트로트에 여러 장르가 섞일 것이며 이를 통해 트로트가 젊은층에 한층 친근해질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기대했다.
"요즘 예능인이나 배우들이 트로트에 많이 도전하시잖아요. EDM 등 여러 장르가 섞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중장년이 듣는 노래라는 거리감이 있었는데 여러 세대에 조금 더 친숙해진 느낌이에요. '진영 언니 노래를 들으니 트로트를 어른들의 장르라고 생각한 편견이 깨졌다'는 내용의 댓글을 볼 때 가장 뿌듯해요."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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