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책사 류허, 내주 방미…中, 무역갈등 완화 모색
부총리 내정에 인민은행장 겸직설 류허, 대미 설득 나설 듯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양국간 무역갈등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들은 24일 미 인터넷 언론 악시오스를 인용해 류 주임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류 주임은 최근 미국의 통상압박으로 고조되고 있는 미중간 무역전쟁 위기 해소 방안을 협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국의 새 지도부 개편과 함께 미국과 접촉 창구를 일신하며 양국간 경제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도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류 주임 방미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이 류 주임의 방미와 의제 등에 동의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시 주석의 중학 시절 동창이기도 한 류 주임은 시 주석의 신뢰를 바탕으로 19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으며 앞으로 금융 분야를 관장하는 국무원 부총리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지난달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 시 주석을 대신해 중국 대표로 참석, "새롭고 강도높은 개혁·개방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앞서 류 주임과 같은 정치국 위원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지난 8∼9일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양 국무위원 역시 미국 측과 북핵 문제 외에 미중 양국간 상호 호혜의 공평한 무역관계 구축방안을 협의했다.
이와 함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과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수주전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와 비밀리에 만나 미중 대립구도와 무역갈등 추이를 바꾸기 위해 적극 유세를 펼쳤다고 전했다.
브랜스테드 대사는 지난 14일 류 주임과도 별도의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최근 중국의 빈번한 고위관료 파견과 미국과 접촉은 중국의 현 경제환경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신호로 중국 지도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중메이(楊中美) 미국 미중일비교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잦은 접촉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의 수렁에 빠지기를 원치 않고 설득으로 무역갈등 국면을 피하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중국은 양측 모두에게 피해가 불가피한 무역전쟁을 극력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중국 입장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심각한 좌절이고, 시 주석 개인의 정치적 진로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진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류 주임의 방미가 마무리된 다음날인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개막을 시작으로 양회(兩會) 시즌에 돌입, 당정 기관장 인선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류 주임은 양회에서 물러나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행장의 후임으로도 거론되는 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류 주임이 부총리와 인민은행장을 겸직하며 중국 경제·금융의 사령탑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전했다.
이 같은 사례는 1990년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부총리를 지내던 시절 인민은행장을 겸직한 적이 한차례 있었다.
그간 저우 행장 후임으로는 궈수칭(郭樹淸)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과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湖北)성 서기,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행장 등이 거론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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