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마다 의무 예배'…고등학교 종교수업 강요 여전
대체수업 편성 안 하고 예배동의서엔 '불참' 표기란 없어
서울교육청 "종교의 자유 침해"…시정권고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종교단체가 설립한 고등학교에서 종교수업 대신 들을 수 있는 수업을 마련하지 않는 등 '종교수업 강요'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동작구 A사립고 학생의 인권침해 구제신청 조사를 통해 A고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잡으라고 권고했다.
기독교학교로 유명한 A고는 매주 수요일 아침예배를 열고 전 학년을 대상으로 주당 1시간씩 종교수업을 한다. 종교수업은 공통과목으로 분류된 데다 대체수업이 없어 모든 학생이 들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 교육과정 지침상 종교 과목을 개설할 때는 다른 과목을 복수로 편성해 학생에게 선택기회를 줘야 한다. 예외적으로 종교단체가 세우고 학생 스스로 선택해진학하는 학교면 학생과 학부모 동의를 받아 종교수업만 개설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A고가 종교수업을 단수편성해 학생들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A고는 자신들이 '학생들이 선택해서 오는 종립학교'여서 종교수업 단수편성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는데 이는 지침을 오해한 것이라고 교육청 측은 설명했다.
A고는 사립고지만 공립고와 마찬가지로 교육청 배정에 따라 학생을 받는다.
배정 과정에 학생들의 지망이 반영되고 종교도 고려되지만 모든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당연히 원치 않게 A고에 다녀야 하는 학생이 생기기도 한다.
교육청 학생인권보호센터 관계자는 "모든 사립고가 학생 본인 선택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희망하지 않았는데 종립학교에 가게 된 학생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옹호관은 A고가 예배와 학교행사 참석 동의를 신입생 등록 시 단 한 차례만 받는 점도 문제로 봤다. 재학 중 종교를 바꾸거나 전학 온 경우 학교예배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기회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권침해 구제신청을 한 학생도 이런 경우였다.
'회신확인서'라는 이름의 예배참석 동의서에 불참 의사를 밝힐 칸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A고는 학생인권옹호관 시정권고를 수용해 앞으로 매 학년 초 예배동의서를 받고 이번 신학기부터 종교수업 외 대체수업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B고와 C고는 서울시교육청의 신학기 교육과정 편성안 검토과정에서 대체수업 없이 종교수업만 단수로 편성한 점이 확인돼 시정을 권고받았다.
자사고로서 '학생들이 선택해서 오는 학교'에 해당하는 두 학교는 입학전형 때부터 종교수업 방침을 충분히 알리고 학생과 학부모 동의만 받으면 종교수업 단수편성이 가능하다.
다만 자사고라도 대체수업을 마련해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며 바람직하다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종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교육감에게 권고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종립학교의 종교수업 강요 문제는 종종 불거진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05년 강의석씨가 종교교육에 반발해 1인시위를 벌인 자신을 퇴학시킨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이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 끝에 강씨는 2010년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대법원은 "종교교육을 거부할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종교교육이 일방·주입식으로 이뤄지면 교육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났다고 볼 소지가 크다"면서 "이로 이한 학생피해는 지속하고 치유되기 어려우므로 종립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학생의 법익을 더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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