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은 간호업계 구조적 문제가 원인…업무량 줄여야"
서울대 박사논문…"인력확충·교육전담자 마련 등 병원 업무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최근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의 죽음을 계기로 불거진 '태움 문화(선배 간호사의 후배 괴롭힘)'의 원인이 간호사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량 등 간호업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간호학과 정선화씨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박사학위 논문 '간호 현장 안에 있는 태움의 발생과 지속에 관한 근거 이론'을 학교에 제출했다.
정씨는 여성 간호사 20명의 심층 면접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간호사 사회에 형성된 계층 간 업무·책임 부담의 차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는 업무 환경 등 구조적 문제가 태움이라는 비인격적 교육 시스템을 낳았다고 결론냈다.
일반적으로 간호사는 근무 연수에 따라 '수간호사', '고참 간호사', '중간 간호사', '신규 간호사' 등으로 계층이 나뉘는데 의사소통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소통 부재 속에 근무조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간호사는 모든 업무의 책임을 지고 하위 간호사는 자신의 업무뿐 아니라 상위 간호사가 시키는 부가적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러한 상황은 상위 간호사에게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아님에도 책임을 지게 하고 하위 간호사에게는 업무 과중을 야기한다. 고참 간호사와 중간 간호사는 업무를 하면서 신규 간호사 교육까지 맡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상위 간호사가 후배의 실수에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된 임상 현장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업무 환경은 간호사의 스트레스를 높여 제대로 된 신규 간호사 교육을 어렵게 한다고 정씨는 지적했다.
보통 3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는 간호사 사회에서 1명이 업무에 미숙하면 다음 근무 간호사의 업무가 가중되는 점 역시 스트레스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씨는 태움 방지를 위해 병원 내 업무 시스템 개선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인력을 확충해 간호사 업무부담을 줄이고, 교육전담 간호사를 배치하는 등 병원 관리자가 간호사의 스트레스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업무량이 줄면 간호사 간 의사소통도 늘어나 비인격적 교육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씨는 "그동안 간호사 간 발생하는 일에 대해 병원은 '나 몰라라' 하며 (모든 일을) 간호사들에게 맡겨놓았다"며 "병원이 적극적으로 간호사들을 중재하고 신규 간호사 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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