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내분' 보수당 의원 62명, 정부에 하드 브렉시트 요구
"규제 자율성·무역협정 체결 권한 없는 전환기간 수용 못해"
정부 브렉시트 전략·소프트 브렉시트 세력과 이견 보여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집권 보수당 정부가 브렉시트(Brexit) 협상 전략을 두고 내부 분열을 드러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EU)의 규제를 상호인정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이지만, '하드 브렉시트'를 원하는 보수당 의원 일부는 규제 자율성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권리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보수당 하원의원들로 구성된 '유럽 연구단체(European Research Group·ERG)는 최근 총리실에 서한을 보내 브렉시트와 관련한 요구사항을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전달했다.
ERG는 서한에서 현재 진행 중인 EU와의 무역협정 협상이 오는 3월까지 완료되지 않을 경우 (기존 EU 합의나 규정을 그대로 따르는) '현상유지(standstill)' 전환(이행)기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ERG는 구체적으로 영국은 전환기간에 영국 법과 규정을 바꿀 수 있는 등 완전한 규제 자율권을 가져야 하며, 영국이 EU를 떠나는 즉시 제3의 국가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영국은 유럽화학물질 규제기준(REACH) 조직이나 유럽식품안전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유럽의약청(European Medicines Agency) 등에 머무는 것은 물론 이들 조직을 영국에 유치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이 EU와의 규제 상호 인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배치된다.
앞서 데이비스 장관은 지난 20일 영국이 EU를 떠난 뒤 기업유치 등을 위해 감세를 하고 환경 및 기업관련 규제를 철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영국이 유럽을 벗어난 뒤의 청사진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한 경쟁이지 현재 갖고 있는 높은 기준에서 퇴보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영국과 EU가 소비자 보호, 금융 안정 등과 같은 분야에서 공통의 규제를 적용하되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자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EU가 스위스나 캐나다, 한국 등과 맺은 합의처럼 각국의 산업 규제를 동등하게 받아들이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ERG의 서한에 대해 보수당 내 다른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회 재무부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니키 모건은 "이것은 서한이 아니라 몸값요구 편지(ransom note)와 같다. ERG는 그들이 총리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듯 하다"고 비꼬았다.
ERG의 서한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우리는 당내 의견제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은 서한에 서명한 의원이 62명으로 당대표 경선을 요구할 수 있는 숫자인 만큼 메이 총리가 이들의 요구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메이 총리는 오는 22일 '브렉시트 전쟁 내각(Brexit war cabinet)'이라는 명칭이 붙은 내부 각료모임을 통해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전략을 다듬을 예정이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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