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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판 한일' 이란-터키, 시리아 둘러싼 '의뭉스러운'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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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판 한일' 이란-터키, 시리아 둘러싼 '의뭉스러운' 관계
역사적으로 적대적이나 경제·군사 협력 밀접
시리아서 다른 진영이지만 평화회담 공동 주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과 터키는 종종 '중동판 한일' 관계와 비교된다.
역사적으로 구원(舊怨)이 깊지만, 지리적으로 인접했으며 경제·통상 관계는 밀접해서다.
이란은 터키를 통한 간접 무역으로 서방의 제재 속에서 숨을 쉴 수 있었고, 터키는 부족한 에너지를 이란에 의존한다. 2년 전 핵합의 이행에도 여전히 금융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이란에 터키은행은 공식·비공식적인 거래 통로다.
터키와 국경을 맞댄 이란 북서부는 터키어가 통하고, 투르크계 주민도 많이 산다. 이란에 터키는 5위 교역국이다.
그러나 중동의 최대 난제인 시리아 내전을 두고 이들 역내 두 강국의 관계는 종잡을 수 없다.
표면적으로 보면 두 정부는 대립해야 한다.
이란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터키는 미국과 함께 반정부 측에 선 탓이다.
터키가 이달 초 시리아 북부 국경지대 아프린의 쿠르드족을 공격하자 이란은 시리아의 안정을 위해 자제하라고 촉구했으나 터키는 다르게 움직였다.
심지어 19일 이란과 연계됐다고 의심받는 친정부 시리아 민병대가 아프린 전선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쿠르드족과 합세해 터키군, 친터키 반군과 맞설 가능성이 크다.
시리아 북부에서 이란의 대리군과 터키의 군사 대결이 임박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프린 전투의 현상적 갈등이 양국의 정면충돌로 비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일단 미국 대신 '중동의 중재자'로 급부상한 러시아가 이를 반대하는 탓이다.
아프린의 긴장이 높아지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8일 뮌헨안보회의가 끝나자마자 모스크바로 건너가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러시아의 조율로 시리아 정부가 직접 터키와 충돌하는 사태를 막는 동시에 이란과 터키의 이견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면에서도 이란과 터키 양국은 부지런히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9일 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려면 이란, 터키, 러시아가 더 협력해야 한다면서 "양국은 중동과 국제 현안에서 목표가 같은 만큼 아스타나 시리아 평화화담을 성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모두 전장이 자국 영토가 아닌 데다 두 나라의 군사충돌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직접 해치지 않는 한 시리아에서 '통제된 충돌'을 용인하면서 교전은 대리자에게 맡겨 정면 충돌을 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프린 전투에서 보듯 이란과 터키를 연결하는 고리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정치·경제 분야에서 이란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중동을 비롯한 국제 정세에서 이란, 중국과 함께 반미 진영을 형성한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친미 진영으로 분류되는 터키와도 밀접한 관계다.
2015년 11월 터키가 영공 침범을 이유로 시리아 공습 작전에 투입된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으로 한 때 양국 관계가 살얼음판이었던 적도 있었으나 긴장은 오래가지 않고 내밀한 협력 관계가 이어졌다.
이란, 러시아, 터키 3국은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아스타나 평화회담을 함께 주도한다.
시리아를 둘러싼 열강의 파워게임을 단순 이분법식의 도식으로 가를 수 없는 것은 피아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때로는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터키의 독자적인 외교 전략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자,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터키는 IS에 가입하려고 시리아, 이라크로 밀입국하려는 극단주의자를 묵인했다고 의심받았다.
터키는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에 맞서 반군을 지원하면서도, 자국 내 쿠르드족을 테러세력으로 보고 탄압하는 부분에선 이란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터키가 인접한 시리아, 이라크의 국경을 일방적으로 넘어 군사작전을 펴는 데 대해 이란은 '우려'를 표시하는 정도다.
터키가 개입하는 순간 중동의 갈등은 선을 분명히 그을 수 없게 된다.


터키는 또 이란의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도 껄끄러운 관계다.
사우디가 지난해 6월 카타르의 친이란 정책을 이유로 단교했을 때도 사우디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타르에서 자국군을 철수하지 않고, 걸프 지역의 군사충돌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병력을 증파했다.
카타르 단교 위기 국면에서 이란과 터키는 카타르를 지지하면서 한 편으로 묶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가장 격렬하게 반발한 곳도 비아랍계 이슬람국가인 이란과 터키였다.
중동 전문가들이 이란과 터키의 관계를 두고 '의뭉스럽다'고 평가한다. 자국의 이익과 역내 영향력 추구를 원칙으로 이합집산하는 복잡하고 예민한 양국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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