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서 철강·알루미늄 규제 역효과 우려 잇달아
CNBC "미국 철강산업 부양해도 무역상대국 공동전선 만드는 역효과"
규제 옥죄면 미국내 맥주값까지 올라…소비자에 부담 전가 지적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규제를 검토하자 일방적 규제가 미국 내 산업을 부양시키지도 못한 채 자칫 무역분쟁만 초래하는 역효과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특정 수입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포함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무역 여건과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4월 11∼19일까지 무역확장법 제안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를 지렛대 삼아 통상 압박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내 일부 경제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이슈에 대한 입장에 따라 특정국을 향한 통상 규제를 때로는 죄고, 때로는 느슨하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해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정부도 근거 없는 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중 미국대사를 지낸 맥스 보커스 전 상원의원은 2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많은 양의 철강·알루미늄을 수출하는 건 사실이다. 철강에 관한 한 세계적 공급과잉의 주범이다. 하지만 중국이 유일한 나라가 아니다"면서 "캐나다·브라질도 있고 다른 나라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커스는 "공급과잉을 목표로 정해서 대응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며 "철강 문제를 관세와 같은 보복적 행위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건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CNBC는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의 견해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부의 모든 권고 조치를 받아들이면 미국 철강산업의 수익성은 살아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여러 철강 생산국을 단합시키고 일원화시켜 결국 미국에 대항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제안 보도 직후 US스틸, AK스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 등 미국 내 철강·알루미늄 기업 주식은 급등세를 보였으나 20일에는 일제히 1.5∼2% 하락하며 조정 국면을 지나고 있다.
미국 내 투자은행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규제 트렌드를 장밋빛으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다시 가라앉은 셈이다.
앞서 CNN머니도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제안은 무기력한 미국 철강산업을 부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국 자동차·항공기·가전산업에 필수적인 재료로 강판, 선재, 형강 등 모든 유형의 금속 제품이 사용된다.
미국 제조업에 투입되는 매년 1억t의 철강 중 3분의 1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알루미늄은 연간 수요 550만t의 90%를 수입에 기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수입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내 맥주 업체들의 맥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불만을 전가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맥주 캔에 쓰이는 알루미늄 가격 상승이 맥주 단가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키뱅크 캐피털마켓의 금속산업 애널리스트 필립 깁스는 "미국 제조업에 부족한 철강 수입분을 보충하려면 지난 3∼4년간 문을 닫은 미국 내 제강공장을 소생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철강업계에서는 올해 초 미국 내 조강 생산량이 전년 대비 2%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미국 내 철강 생산을 한꺼번에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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