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머리 감독 "북한과 친선교류전 논의중…인연 이어갈 것"(종합)
남북 단일팀, 스웨덴에 1-6으로 패해 5전 전패, 8위로 대회 마감
"정치적 부담과 미디어 높은 관심에도 우리는 하나의 팀이 됐다"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마지막을 알리는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머리 감독은 2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7∼8위 결정전에서 스웨덴에 1-6으로 패한 뒤 "선수들이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와 순위 결정전 2경기에서 5전 전패를 당했다.
조별리그 일본전과 7∼8위전 스웨덴전에서 1골씩을 넣었지만 총 5경기에서 28실점 하며 세계와의 격차를 실감했다.
하지만 머리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해준 남북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감독으로 부임한) 4년 전만 해도 우리 팀이 이 정도로 올림픽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상상해보지 못했다"며 "4년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머리 감독은 올림픽 개막을 약 2주 남겨 놓은 시점에서 단일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 12명이 단일팀에 합류한 지 16일 만에 올림픽 첫 경기를 치렀다. 조직력을 가다듬기에는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까지 쏟아지자 단일팀은 대회 초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단일팀은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서 스위스, 스웨덴에 모두 0-8로 대패했다.
하지만 단일팀 선수들은 경기를 치르면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력은 갈수록 나아졌다.
일본전에서 나온 랜디 희수 그리핀의 역사적인 첫 골과 최종전에서 터진 한수진의 단일팀 두 번째 골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았다.
머리 감독은 "힘든 일이었다. 북한 선수들에게 4년간 가르쳐야 할 시스템을 불과 10일 안에 가르쳐야 했다. 북한 선수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감독 밑에서 처음 보는 플레이를 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하지만 이러한 짧은 시간에도 남북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정치적인 부담과 미디어의 높은 관심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냈다는 점은 내게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과 함께 한 과정은 무척 즐거웠다. 앞으로도 북한 선수들을 돕고 싶다"며 "우리는 친선 교류전에 관해서도 논의 중이다. 계속해서 끈을 유지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머리 감독은 배움에 목말랐던 북한 선수들이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르치는 보람을 느꼈다.
머리 감독은 전날 "북한 선수들이 돌아가는 26일까지 그들을 계속 가르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훈련할 장소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 관동하키센터는 21일을 마지막으로 운영 인력이 전원 철수한다.
머리 감독은 "링크에서 훈련은 못 할 것 같다. 대신 비디오 미팅을 하는 등 훈련하지 않고도 최대한 많은 것을 북한 선수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향후 친선 교류전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오는 25일 폐회식을 끝으로 공식 해산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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