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꿈꿔온 책 속 세계와의 만남…아메리카 문학기행
곽아람 기자의 '바람과 함께, 스칼렛'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어린 시절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렸던 장면과 이미지들을 직접 현실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특별한 감흥을 일으킬 것이다.
책을, 특히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속 이야기의 배경이 된 곳이나 작가가 살았던 곳, 작품을 집필했던 곳들을 한 번쯤 상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곳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해외 작품들의 경우 그 장소를 실제로 찾아가기란 어렵다. 이런 꿈과 낭만을 마음속에 간직한 이들이 눈여겨볼 만한 책이 나왔다. '아메리카 문학기행'이란 부제를 단 '바람과 함께, 스칼렛'(은행나무)이란 여행 에세이다.
그동안 문학작품과 그림을 엮은 에세이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1970∼1980년대 절판 아동도서 수집기인 '어릴 적 그 책' 등 문학작품과 미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써온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의 신작이다.
스스로를 '책벌레'라고 부르는 저자는 재작년 하반기부터 1년간 미국 연수를 하며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것을 증명"해보기 위해 어린 시절 읽은 문학작품을 테마로 미국과 캐나다, 쿠바 등 아메리카 지역을 여행했다.
저자는 이 여행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 과정이 내게 소중했다.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건 문학이 단지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 문학이 말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선의, 그리고 낭만이라는 것이 실재한다는 것과 동의어여서 그간 내가 책에서 받은 위안이 한 꺼풀 당의정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책 속 세계와 현실 세계에 한 발씩을 걸쳐놓고 살아가는 부류의 인간에게는 그러한 발견을 할 때마다 이 세상이 조금은 안전하게 느껴진다."
이 여행은 영화로 더 많이 알려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원작 소설을 쓴 마거릿 미첼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스칼렛의 명대사들이 탄생한 미국 남부 애틀랜타에 있는 작가의 생가와 남자 주인공 레트 버틀러의 고향인 찰스턴, 스칼렛의 분신과도 같은 농장과 당시 노예들의 오두막 등을 둘러본다.
또 '작은 아씨들'의 고향인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빨강 머리 앤'이 나온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 헤밍웨이가 머물며 작품을 집필한 쿠바 아바나, '마지막 잎새'의 배경 뉴욕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닌다.
여행기인 만큼 사진도 많이 담겨 있다. 비슷한 테마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360쪽. 1만6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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