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역사에 남을" 국가대표 '남남 뽀뽀'에 미국 '환호'
(평창=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한 연인의 평범한 키스가 올림픽 역사의 중요한 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미국의 프리스타일스키 대표선수 거스 켄워시(27)는 1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슬로프스타일에 출전하면서 남자친구인 매슈 윌커스(40·배우)와 가볍게 입맞춤을 나눴다.
남자친구 윌커스의 표현에 따르면 "입만 갖다 댄 것"이었으나, 이 장면이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를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방송되면서 반응이 뜨거워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동성애자 운동선수와 그의 남자친구의 키스 장면이 수많은 시청자가 보는 올림픽 대회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됐다"며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CNN도 "상징으로 가득한 동계올림픽에서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이 됐다"며 "켄워시의 성적은 챔피언 수준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는 스키를 넘어 올림픽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켄워시는 2015년에 커밍아웃했다. 공개적인 동성애자가 미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창에서는 엄지손가락이 부러진 상황에서 출전해 결선 최종라운드까지 진출하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최종 12위에 만족해야 했다.
켄워시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도 출전했고, 당시에는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켄워시는 경기 후 "(입맞춤이) 방송되는지는 몰랐다. 지난번 올림픽에서도 남자친구와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호모포비아를 물리치고, 장벽을 허물려면 이런 것이 필요하다. 내가 어릴 땐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 윌커스는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그 장면이 방송되면서 그런 모습이 더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수한 운동선수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공개하고 자랑스러워하면서 남들이 뭐라 하건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은 더 나이 어린 동성애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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