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남동부 항구 운영권 인도에 임대…양국 협력 강화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7일(인도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 항 운영권 임대 등에 합의하며 양국 관계 강화에 나섰다고 18일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이 전했다.
두 정상은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회담에서 차바하르 항 임대에 관한 협약을 체결, 차바하르에서 1단계로 개발된 샤히드 베헤슈티 항만 운영권을 앞으로 18개월 동안 인도에 이전하기로 했다.
차바하르 항은 중국이 운영권을 인수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 항과 90㎞ 떨어져 있으며, 인도가 2016년 5억달러(약 6천억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하고 개발이 진행돼왔다.
인도는 이 항구를 통해 파키스탄을 거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다. 인도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이 항구를 이용해 아프간에 밀을 원조한 바 있다.
모디 총리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차바하르 항구가 관문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차바하르에서 이란 북부 자헤단을 잇는 철도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 밖에도 이중과세 방지, 무역 구제 방안 논의를 위한 전문가 그룹 결성, 농업 분야 협력 강화 등 모두 9개 분야에서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두 정상은 또 공동성명에서 아프가니스탄 평화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으며, 파키스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테러집단에 대한 지원과 은신처 제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혀 탈레반 등의 은신처로 알려진 파키스탄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이란의 석유와 가스 개발에서 인도와 합작하는 등 협력 의지를 밝혔다.
인도와 이란의 협력 강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인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다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도의 차바하르항 이용이 미국의 정책과 충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제재하려고 하는 대상은 정권(regime), 특히 이란혁명수비대이지 이란 국민이 아니다"면서 "인도나 유럽 기업들과 적법한 사업을 하려는 이란 기업활동에 개입하거나 우리 우방에 이익이 되는 활동이나 경제 발전을 위한 협정에 관여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이란은 핵 합의 때 약속한 사항들을 지킬 것"이라며 "미국이 합의를 어긴다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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