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테플론 대통령' 주마 결국 사임…"추문이 그의 유산"
각종 혐의 783건, 불신임투표 8차례에도 살아남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계속되는 추문에도 살아남아 '테플론(Teflon)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컵 주마(75)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했다.
영국 BBC,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주마는 1942년 남아공 콰줄루나탈 주(主) 북부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단 한 번도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주마는 경찰, 집사 등의 직업을 거쳐 1952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가입, 반(反)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운동에 가담한다.
ANC 군사단으로 활약하던 그는 1963년 백인 정권에 체포된 뒤 10년형을 선고받고 로벤 아일랜드의 감독에 수감됐다. 그는 이곳에서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투옥 생활을 했다.
옥에서 풀려나 모잠비크로 추방된 그는 모잠비크와 훗날 잠비아 해방 운동을 조직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1990년 ANC에 대한 규제가 풀리며 남아공으로 돌아와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1999년 부통령에 선임됐다.
주마가 각종 '스캔들 이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2005년에는 타보 음베키 당시 대통령이 무기거래와 관련한 부패 혐의로 주마 부통령을 해임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주마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양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그는 "성관계 뒤 바로 샤워를 해서 괜찮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변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성관계가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주마는 2007년 ANC 총재 경선에서 음베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재기에 성공했고, 2008년 9월에는 아예 음베키를 조기 퇴진시키며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주마는 칼레마 모틀란테 현 부통령을 내세워 8개월간 수렴청정을 한 끝에 총선을 거쳐 2009년 5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주마는 대통령 취임 뒤에도 국고 유용, 인도계 유력 재벌 굽타 일가와의 비선 실세 스캔들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의회는 그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8차례나 단행했다.
언론에서는 계속되는 위기에도 살아남은 주마에게 불사조 혹은 테플론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테플론이란 프라이팬에 음식이 들러붙지 않도록 특수처리하는 물질로, 어떤 공격에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그러나 그동안 쌓여온 부패, 사기 등의 혐의가 어느새 783건에 이르고, 여당의 오랜 지지자들이 떠나가기 시작하자 ANC 지도부마저 등을 돌리기에 이르렀다.
CNN은 "2013년 만델라 전 대통령의 별세를 계기로 주마의 오랜 결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면서 "주마가 남긴 주요 유산은 추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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