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앞둔 철학자의 고백…"사랑하는 사람 있어 행복합니다"
김형석 명예교수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철학계 원로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수필의 고갱이만을 모은 산문집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가 출간됐다.
1920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일본 조치(上智)대를 졸업하고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봉직했다.
그는 '철학 개론', '철학 입문', '역사철학' 같은 철학서를 집필하기도 했지만,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같은 에세이를 펴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수필이나 수상문을 쓰는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젊은 사람들 인생에 무엇인가 영원한 것을 안겨주고 싶었다"는 소박한 심정을 털어놨지만, 그의 글은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이번에 간행된 책은 2008년에 나온 '세월은 흘러서 그리움을 남기고'와 2012년 발간된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에 실린 글을 엮었다.
첫머리에 수록된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만 저자가 새롭게 쓴 수필이다.
그는 이 글에서 가족과 친구를 잇달아 떠나보내며 겪은 헛헛함과 안타까움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정년 퇴임한 뒤 소중한 사람들과 작별했던 과정을 설명하고는 "두 여인(어머니·부인)이 떠나 가정이 비었는데, 두 친구(안병욱·김태길)가 먼저 간 후에는 세상이 비어버린 것 같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는 백수(白壽)를 한 해 남겨두고도 "나를 위한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고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와 '힘드시지요?'라고 물으면 나는 '예,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할 것 같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상실론, 인생론, 종교론, 책 속 수필선 등 4개 주제 아래에 수필 25편이 담겼다.
김영사. 21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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