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현실 직시하고 대책 세워야
(서울=연합뉴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13일 한국GM의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5월 말까지 군산공장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약 2천 명의 노동자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한국 내 사업구조 조정을 위해 힘들지만, 꼭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GM 임직원, 군산 지역사회, 정부 관계자의 헌신과 지원을 충분히 인식한다. 최선을 다해 영향을 받을 직원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국GM 측은 노조와 한국 정부, 주요 주주 등에게 한국 내 사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다면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장 근로자 2천여 명, 130여 개 협력업체 직원 1만여 명을 거느린 군산공장이 폐쇄될 경우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GM은 글로벌 신차 배정의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 한국GM의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GM이 다음 단계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하는 것을 봐서 한국에 신차를 배정할 수도 있고, 전면 철수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판매 부진과 가동률 하락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하지만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카드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앵글 사장은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을 만나 금융·재정지원과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한국GM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갑작스러운 군산공장 폐쇄 발표는 충격적이다. 준중형 크루즈와 다목적차량 올란도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은 2011년만 해도 한해 26만 대를 생산해 전북지역 수출의 20%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판매 부진으로 가동률이 20% 밑으로 떨어졌다지만 노동자 1만2천여 명의 생계가 여기에 달려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닫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이 공장은 지역경제의 60∼70%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한국GM의 경영부실에는 GM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판매전략 실패가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평균임금이 8천700만 원(2016년 기준)이라는 인건비 부담도 컸을 듯하다. 한국GM은 최근 몇 년간 수조 원의 누적 적자를 봤다. 그런데도 임금은 경쟁업체와 큰 차이 없이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GM 본사가 한국GM에 부품을 비싸게 공급하고 완성차를 싸게 사 갔다는 논란도 있다. 또 GM 본사가 한국GM에 금융을 지원하고 높은 이자를 챙겼다는 얘기도 들린다. 산은이 한국GM을 실사한다고 하니 이런 논란의 진위가 철저히 가려지기 바란다. 아울러 정부는 GM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세밀히 따져 보고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기아차도 고비용·저생산 구조를 안고 있기는 매일반이다. 한국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사의 평균임금은 2016년 현재 9천213만 원으로 일본 도요타(9천104만 원)나 독일 폴크스바겐(8천40만 원)을 웃돈다. 반면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국내 업체가 외국 경쟁업체보다 최대 26% 길다고 한다. 임금 수준은 더 높은데 생산성은 한참 낮다는 뜻이다. 이러고도 한국 자동차산업이 계속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동차 생산 10위권 국가 가운데 최근 2년 연속 생산이 준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기초 체력이 약한 한국GM이 먼저 손을 든 것일 수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에 대한 '위기 경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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