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바이러스 감염력·전파력 엄청나…끝까지 방심 말아야"
보건전문가 "청소·소독으론 불충분…가능한 모든 매개물 교체·폐기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평창 올림픽 관계자들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노로바이러스는 박박 문지르고 비벼 빤다고 제거되지 않는다. 카펫, 커튼, 고무 패킹, 침구 등 노로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수 있는 모든 매개물을 바꾸고 심지어 금속 표면도 소독해야 한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세계보건문제 선임연구원 로리 개럿은 최근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평창과 강릉지역에서 감염 환자가 집단 발생한 노로바이러스의 감염력과 전파력을 강조하면서 방역 당국이 끝까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뉴질랜드항공 소속 보잉777 여객기에서 한 승객이 구토한 후 승무원이 재빨리 토사물을 치우고 공항에 도착해선 비행기 전체를 전문적으로 여러 차례 소독했으나 그다음 주 이 비행기를 탄 승무원의 43%가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병원도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럴 경우 병실 내부 것을 모두 '게워내는' 방식, 즉 커튼과 카펫, 패킹 등 잠재 매개물들을 모두 없애는 방식을 써야만 전염을 막을 수 있다. 그래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매개물에 노로바이러스가 붙어 숨어 있다가 전염시키는 일도 있다.
2010년 미국 오리건주 여자축구 대회 때 비닐봉지로 인해 노로바이러스가 확산된 일이 있다. 환자들이 이 봉지를 만진 일이 없었는데, 감염된 축구 선수 한 사람이 구토한 화장실에서 떠돌던 공기로 매개된 바이러스가 비닐봉지에 붙은 결과였다.
개럿 연구원은 "노로바이러스는 검출되지도, 제거되지도 않을 만큼 미량인 단 18마리만 있어도 인체에 감염될 수 있다"며 아무리 철저히 표면을 닦아내고 염소에 담그고 자외선을 쬐어도 18마리 정도가 살아남을 구멍과 틈은 있다고 지적했다.
노로바이러스는 더구나 "전문 편승여행객들"이라는 점에서 전파력이 크다. 먼지 티끌과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 피부 비듬, 천 조각, 음식 부스러기, 혹은 다른 좀 더 큰 병원균 같은 매개체에도 달라붙어 이 매개체가 가는 곳이면 어디에나 전파된다. 공기나 물 등을 떠다니거나 물체 표면이나 벽을 타거나, 신발창이나 문 손잡이에 붙어 이동하는 방식으로 주변 환경 전체를 '접수'하는 것이다.
개럿 연구원은 한 명의 감염 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는 숫자, 즉 재생산율(RO)을 보면 노로바이러스는 3.7이기 때문에 지난 8일 현재 확진자 128명은 이론적으론 최악의 경우 474명에게 균을 전파시킬 수 있고, 이는 다시 1천752명을 더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올림픽 기간 내내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나 신속한 격리 조치 등을 통해 RO를 낮추면 비교적 큰 탈 없이 올림픽이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13일 평창 올림픽에 투입된 보안업체 직원들이 머문 호렙오대산청소년수련원의 조리용 물이 오염돼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생겼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련원이 단체급식 중지, 소독, 손 씻기, 개인위생 수칙 준수 등 방역조치를 한 후에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과 강릉에서 이달 들어 발생한 노로바이러스 환자는 수련원 발생 환자 107명을 포함해 모두 194명이다.
개럿 연구원은 "평창 노로바이러스 발생의 교훈은 인간의 오만에 관한 것"이라며 "부유한 선진국에서도 바이러스가 인간의 대비 태세 허점을 뚫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아무리 자신하고 부지런해도 병원균은 늘 몰래 숨어서 우리 체제와 행태에서 허점을 찾아내 폭발적으로 급습한다"며 "우리는 어떤 선진 기술과 의약품으로도 이를 멈추거나 치료하거나 탐지할 수 없다"고 방심을 경계했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