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20년 선고한 김세윤 부장판사…'부드러운 원칙주의자'
박근혜 등 국정농단 피고인 13명 재판…법리 해박·진행 원활 평가
'선비'·'유치원 선생님' 별명…장시호에 구형보다 높은 형량 선고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국정농단 사건으로 나라를 뒤흔든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김세윤(51·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부장판사는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지법과 수원지법,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을 지냈고 대법원 형사사법발전위원회에서 법원 내부위원을 맡기도 하는 등 법리적으로도 해박하다는 평이다.
그는 2014년 경기지방변호사회, 2017년 서울변호사회가 꼽은 '우수법관'으로도 선정됐다.
김 부장판사는 2016년 12월부터 최씨의 1심 재판을 14개월간 심리했다. 최씨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고인 13명의 재판을 이끌었다.
검찰이나 변호인의 의견은 최대한 청취하고, 최씨나 박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에게도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재판 때마다 발언 기회를 충분히 주는 편이다.
방청객 사이에서는 '선비', '유치원 선생님'으로 불린다. 재판 진행이 워낙 점잖은 데다 피고인과 증인, 소송관계인에게 재판절차 등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생긴 별명이다.
그는 최씨가 흥분할 때면 "피고인 그렇게 빨리 말하면 증인이 알아듣지 못하니 천천히 말해줘야 한다", "지금 말고 조금 있다 발언할 기회를 주겠다"고 달랬다. 종종 날을 세우는 최씨도 이런 김 부장판사 말에는 조용히 순응하는 편이었다.
건강이 안 좋은 피고인이나 증인이 법정에 서면 "언제든 재판장에게 말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겠다", "앞에 놓인 물도 마셔가면서 증언하라"고 세심하게 챙겼다.
선고일인 이날도 선고 직전에 최순실씨 변호인이 휴식을 요구하자 최씨에게 법정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원칙을 어긋나는 일엔 '칼 같다'는 평이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최씨의 변호인이 최씨가 건강상 재판에 나올 수 없으니 불출석 상태에서 3차 구속영장에 관한 심문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최씨에게 구속에 관해 발언할 기회 등을 줘야 해서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외유내강형' 재판 진행 덕분에 법원 내에서는 신중하면서도 소신 있는 판결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씨 조카 장시호씨에게는 특검이 구형한 징역 1년 6개월보다 보다 1년이나 더 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해 형량이 세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이날 최씨에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2심보다 삼성 뇌물의 범위를 넓게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경영권 승계 현안, 명시적·묵시적 청탁'의 존재는 이 부회장 2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하지 않은 판단을 두고서는 삼성의 사안만 심리했던 이 부회장 재판과 달리 국정농단 사건을 전체 틀에서 최씨와 맞닿아 있는 관련자 진술 등 다양한 기록을 신중히 검토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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