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만m 달리면 몸살 증세…그래도 이승훈은 포기하지 않는다
모두가 기피하는 남자 10,000m,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출전
"내가 포기하면 한국 10,000m는 사라져"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10㎞를 쉬지 않고 달리는 스피드스케이팅 10,000m는 '마의 종목'으로 불린다.
체력 소모가 심하고 근육에 부하가 걸리기 쉽기 때문에 선수들이 기피하는 종목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10,000m 금메달리스트인 장거리 간판 이승훈(대한항공)에게도 10,000m는 버겁다.
그는 지난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당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0,000m를 뛰면 하루 이틀 정도 몸이 떨리는 몸살 증세가 나타난다"라며 "회복까지 며칠 걸린다"라고 말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이승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0m 출전을 강행한다.
그는 15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빙속 최장거리 종목인 10,000m에 출격한다.
이승훈이 메달 획득 가능성이 적은 10,000m 종목 출전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빙속 장거리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10,000m를 뛰는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기피현상이 두드러진다. 뛰는 선수가 없다 보니 경기 자체가 무산되기 일쑤다.
체격 조건이 좋은 네덜란드 등 유럽 선수들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어 국제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하에 10,000m 도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가 짙다.
이승훈은 10,000m 출전이 매스스타트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출전을 강행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레이스를 통해 많은 빙상 꿈나무들이 희망과 도전 의식을 품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가 포기하면 한국의 10,000m는 사라진다"라며 "나라도 10,000m에 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의 10,000m 우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르를 필두로 에릭 얀 쿠이만, 요릿 베르흐스마 등 네덜란드 '3총사'가 버티고 있다. 테드 얀 브뢰멘(캐나다) 등 非네덜란드 선수들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 된 이승훈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 10,000m에서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그의 질주는 15일 오후 8시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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