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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압박 강화하나 원하면 대화"…대화 문턱 낮췄나(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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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압박 강화하나 원하면 대화"…대화 문턱 낮췄나(종합2보)

'코피 작전' 등 군사옵션 검토하던 백악관 평창 이후 북미대화 모색하나
펜스, 트위터에 "北 원하면 대화…하지만 대화 위한 보상 없다" 언급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이승우 특파원 = 방한 기간 내내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며 북한 인사들과 접촉을 피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주목된다.
펜스 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행 전용기 안에서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화를 원하면 대화하겠다"며 "최대의 압박 전략과 관여를 동시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풀려나자마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대동하고 평창 올림픽을 찾아 북한의 인권상황을 맹비난하며 대북 압박의 목소리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펜스 부통령이 귀국길에서는 '대화'를 강조하는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이다.
로긴은 펜스 부통령의 이러한 언급 배경을 놓고 그가 문재인 대통령과 2차례의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한미가 북한과의 추가적인 (외교적) 관여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으며, 이 조건은 한국이 먼저 대북 관여에 나서고 미국도 뒤따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로긴은 문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단계를 밟지 않는 한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만으로는 북한에 경제·외교적 혜택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한 점이 펜스 부통령으로 하여금 평창 이후 외교적 해법에 기대를 걸게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김여정 북한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요청했으나 문 대통령이 즉답하기보다는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며 사실상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조율에 방점을 찍은 점을 펜스 부통령이 주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한에 대한 관여가 대북 제재와 압박을 흔들지 않고 비핵화 대화로 이어진다면 백악관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펜스 부통령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위협과 도발을 계속한다면 대북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핵화가 정상회담 의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미국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펜스 부통령의 입장 변화는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화라는 기존의 경직된 입장에서 탈피해 최대의 압박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단 문턱을 낮춰 대화의 문을 열어놓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일단 해석된다. 예를 들어 '날씨 얘기'도 하는 탐색전 차원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지난해 12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과 맥이 닿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해온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은 비핵화 약속을 대화의 입구로 강조해왔다.
제한적 대북타격을 의미하는 '코피 전략'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빅터 차 전 주한 미 대사 내정자가 결국 낙마한 것도 이러한 강경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이처럼 압박 속에서 대화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놓는다는 점을 근거로 "펜스 부통령이 북미 대화 전망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미국이 대북 외교를 놓고 엇갈리는 신호를 보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궁극적으로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올림픽 이후 남북 간의 관여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북한이 협상에 나서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내도록 하기 위한 제재는 강화돼야 한다는 점도 한국과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같은 이유로 펜스 부통령이 정책 변화를 암시했다고 지적했으며, CNBC방송은 펜스 부통령이 취한 이러한 전략이 북한의 공세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해결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보여준다면서 경제제재라는 과거의 시도와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다만 큰 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는 원래부터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외교라는 큰 틀에서 함께 진행됐다는 논리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압박과 관여 정책은 일관돼왔다"면서 "펜스의 발언이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이 주도해 열린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
또 이번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북미 대화의 성사 여부가 결국 북한에 달려있다는 미국의 의중을 거듭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즉 북한이 비핵화에 접근하면 할수록 대화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의미인 셈이다. 당장 비핵화를 놓고 북한을 무릎 꿇리기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대화의 문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도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 대화의 성사 여부가 북한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 북미대화의 출발점이냐는 질문에 "판단하기엔 이르다"면서 "북한이 우리와 진지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대화할 준비가 된 때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북한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펜스 부통령은 12일 귀국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는 바뀐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대화 가능성을 재차 언급하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도 예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위터에서 "일본, 한국과 우리의 강력한 동맹을 재확인해 자랑스럽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이 바뀐 것은 없다"며 "대통령은 '나는 항상 대화를 믿는다'고 말했지만 대화를 위한 보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지는 트윗에서 "잠재적인 대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또 (북한과) 미국, 혹은 (북한과) 한국의 대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새로운 강력한 제제가 곧 나올 것"이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 캠페인을 강화시켜 나가겠다. 모든 동맹국이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shin@yna.co.kr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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