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찾은 북한 태권도시범단…기합은 '조국통일'(종합)
남한 선수와 합동 공연…청사 방호인력 3배로 늘려 만반 대비
1시간여 리허설 진행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이태수 기자 =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 북한 태권도시범단이 남북 합동 공연을 위해 12일 오전 서울시청을 찾았다.
북한 시범단 28명과 ITF 관계자 4명은 이날 오전 10시 5분께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 북문 앞에 도착했다. 세간의 관심을 방증하듯 현장에는 경찰과 방호인력이 길을 차단한 채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북측 시범단은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단체복을 입고 길 건너편에서 차례로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은 대체로 긴장된 표정을 지은 채 두 줄로 재빨리 시청 입구로 들어와 미리 대기 중이던 엘리베이터를 나눠 타고 8층 다목적홀로 이동했다.
'서울에서 하는 공연 소감이 어떠냐'고 묻는 취재진의 말에 한 북측 선수는 대답 대신 옅은 미소로 대답했다. 또 다른 선수 역시 "하하하"하는 짧은 웃음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서울시청을 찾은 시민들과 공무원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북한 사람'과 뜻깊은 행사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들의 입장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서울시청 한 공무원은 "역사적인 행사지만 한 자리도 귀해 행사장 안에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도 기사나 방송을 통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공연을 준비하면서 청사 보안에 많은 공을 들였다.
청사에는 평소 약 20명씩 교대 근무를 하던 청원경찰과 청사방호원을 3배로 늘려 60여명 전원을 투입해 드나드는 사람을 꼼꼼히 살폈다. 시청 안팎에는 경찰 6개 중대 약 480명도 나와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서울시청에 도착한 북한 태권도시범단은 1시간 넘게 리허설을 진행하고, 벽돌·송판 등 소품을 꼼꼼히 체크했다.
관람석에 직접 앉아 무대를 바라보면서 동선을 확인하거나, 음향 설비 위치를 약간씩 조정하기도 했다. 격파를 위한 기왓장도 세심하게 쌓았다.
한 선수는 앞서 열린 두 차례 시범공연에서 다쳐 오른쪽 눈두덩이 많이 부풀어 오른 모습이었다.
선수단은 바닥에 앉아 다리를 일자로 찢으며 몸을 푸는 등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리허설을 이어갔다. 전원이 함께 넣는 기합은 '조국통일'이었다.
이날 행사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ITF 소속 시범단의 합동 공연이다. WT는 한국, ITF는 북한 주도로 발전한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연맹이다.
ITF 소속 북한 태권도시범단은 이달 7일 경의선 육로로 방남해 9일 평칭올림픽 개회식 식전행사와 10일 속초에서 WT 시범단과 합동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남·북 태권도 시범공연단 70명 외에 개성공단 관련 기업, 서울시 환경미화원, 장애우·복지시설 아동·사회복지종사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 태권도 유소년 등 250여 명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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