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안에 잠 못자고 지쳐"…지진에 의식 잃고 심폐소생술 뒤 병원
진앙지 흥해 주민 "약 봉지만 들고 나왔다"…많은 주민 마을 빠져나가
건물 추가 파손 등 피해 우려…안전 점검 요구 잇따라
(포항=연합뉴스) 이승형 최수호 기자 = 11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4.6 지진으로 진앙이 있는 북구 흥해읍 주민은 또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집 파손 등 피해를 본 149가구 312명이 3개월째 임시로 생활하는 흥해체육관.
이곳 2층에 설치한 텐트에서 생활하는 A(62·여)씨는 오전 5시 3분 지진이 났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한다. 1층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 순간 갑자기 '우르릉'하는 소리가 나고 바닥이 심하게 흔들려 매우 놀란 탓이다.
A씨를 발견한 한 남성이 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어 현장에 도착한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다행히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각 체육관 안에 있던 나머지 이재민 300여명도 밖으로 급하게 빠져나왔다고 한다.
포항에서 규모 4.0대 여진이 난 것은 작년 11월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이 체육관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북구 북북서쪽 5km에서 발생했다.
이곳에서 언제쯤 끝날지 모르는 대피생활을 이어가는 조연옥(62·여)씨는 "너무 놀라 약이 든 비닐봉지만 들고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체육관을 나와 인근 학성리와 망천리로 차를 몰았다. 지난해 11월 아파트가 기울고 집 담벼락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난 곳이다. 마을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포항 지진 원인제공 지열발전 중단하라'는 등 문구를 적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5분 뒤 마을 2곳에 들렀으나 상당수 주민이 대피한 까닭에 전체가 텅 비어있는 것처럼 한산했다.
주민 박수영(51·여)씨는 "지진이 나자 많은 주민이 차를 타고 마을을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드문드문 남아있는 주민은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이용문(51)씨는 "지진으로 수족관이 크게 흔들렸다"며 "놀란 아이들이 울면서 뛰쳐나오는 것도 봤다. 요즘 흥해읍 사람은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했다.
이혜경(54·여)씨는 "새벽에 난 지진에 깜짝 놀라 남편, 아이들과 차로 대피했다"며 "1시간 동안 바깥에 있다가 집에 다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흥해읍 주민은 이번 지진으로 건물 추가 파손 등 피해가 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지난해 큰 지진이 나고 포항시가 한 건물안전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추가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상인들은 연이은 지진으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건물안전 추가 진단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시민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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