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교도소, 테러범훈련소?…교화 프로그램 '헛일'
수감된 테러범들 부실한 관리 틈타 옥중에서 추종자 양성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열악한 환경과 부실 관리로 악명 높은 인도네시아의 교도소들이 이슬람 극단주의가 확산하는 테러범 양성소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10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국립 인도네시아대학(UI) 산하 응용심리학연구분과(DASPR)는 전날 자국내 주요 교도소 4곳의 운영실태를 8개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교도소 직원들이 극단주의 이념을 전파하는 위험한 죄수들을 구분해 격리할 역량이 없는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파이살 마그리 DASPR 수석연구원은 "교도소 직원들은 극단주의를 퍼뜨리는 이념적 지도자와, 간단한 개입으로도 손쉽게 교화될 수 있는 단순 추종자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정당국이 마련한 테러범 교화 프로그램도 관련 비정부기구와의 비협조 등 문제 때문에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파이살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죄수들은 혼란과 지겨움을 겪다가 참여를 거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대테러청의 이르판 이드리스 교화담당국장은 2010년 이후 최소 18명의 전과자가 극단주의 사건에 연루됐으며, 대부분 교도소내에서 극단화한 사례였다고 밝혔다.
교정당국은 2002년 발리 연쇄 폭탄테러의 배후인 제마 이슬라미야(JI)의 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와 IS 연계 테러조직인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를 이끌어 온 아만 압두라흐만 등 주요 재소자를 독방에 수용했지만, 이들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교도소 안팎에 추종자가 다수 포진해 있어 완벽한 격리가 어려운 탓이다.
실제 아만은 수마트라 섬 아체주에 테러범 훈련소를 세운 혐의로 2010년 9년형에 처했음에도 2015년 JAD를 출범시키고, 2016년에는 자카르타 도심 총기·폭탄 테러를 배후 조종하는 등 옥중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인도네시아 교도소의 수용인원 초과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도 재소자 관리를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477개 교도소가 있다. 전체 설계정원은 11만5천명이지만 실제로 수감돼 있는 죄수는 갑절이 넘는 25만4천명에 달한다.
자카르타 등 대도시에서는 갇혀 있는 죄수의 수가 정원의 4∼5배에 이르러 교도관 한 명이 죄수 100여명을 담당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미국 비정부기구 서치포커먼그라운드(SFCG)의 바흐룰 위작사나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런 실정에선 죄수의 활동을 감시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교화 프로그램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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