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웨이모 자율차 기술 절도 소송 2천700억 원에 합의(종합)
"웨이모 기술 사용 않겠다" 약속도…"진정한 승자는 우버 새 경영진"
우버·웨이모 자율주행 파트너십 맺을 수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세계 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그룹 간의 자율차 기술 절도 소송이 1년 만에 해결됐다.
우버는 9일(현지시간) 자사의 기업가치 720억 달러의 0.34%에 달하는 2억4천500만 달러(2천700억 원)어치의 지분을 알파벳에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웨이모의 자율차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정보를 향후 우버의 자율차 개발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웨이모가 소송에서 제기한 기술 절도 행위를 사실상 모두 인정하고 합의금을 지불키로 한 것이다.
다라 코스로우샤히 우버 CEO는 성명을 통해 "알파벳은 우버의 중요한 투자자였고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기술의 힘에 대한 깊은 믿음을 두 회사가 공유하고 있다"면서 "법정 다툼까지 오게된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우버가 처음부터 웨이모의 기술을 사용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문제를 우리가 초기에 다른 방식으로 다뤘더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웨이모는 지난해 2월 자사의 엔지니어였던 앤서니 레반다우스키가 2015년 말 회사를 떠나기 전에 1만4천 건의 자율주행차 기밀문서를 불법 다운로드한 뒤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오토를 설립한 후 곧바로 이 회사와 우버간 합병을 통해 우버에 기밀정보를 넘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버 측은 이를 일관되게 부인했고, 레반다우스키는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헌법상 권리를 내세워 진술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진행된 공판 과정에서 우버의 캘러닉 전 CEO와 레반다우스키간의 사전 접촉 증언이 나오는 등 우버 측에 불리한 상황이 잇따르자 우버 측이 결국 웨이모의 합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공판장에 나온 캘러닉 전 CEO는 2015년 자율주행차 기술 연구를 주도하던 우버 첨단기술센터의 개발 속도에 만족하지 못해 이 분야의 선구자로 간주되던 웨이모의 레반다우스키와 접촉,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기술 절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었다.
웨이모 대변인은 "양사가 서로 자사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우버와 협력할 것"이라면서 "어떤 웨이모의 기술정보도 우버 첨단기술그룹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에 통합되지 않을 것을 확인하는 합의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이 중도에 당사자간 합의로 종결된 것에 대해 우버 새 경영진의 승리라는 평가도 있다.
당초 웨이모 측은 지난해 10월 우버에 합의 조건으로 공개 사과와 10억 달러 배상, 향후 웨이모 기술 사용 금지 등을 요구했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 있고, 최근에는 합의 금액을 5억 달러로 하향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어차피 패할 재판을 길게 끌지 않고 합의금을 상당부분 낮춘 점에서 우버로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이 소송에서 유일한 승자는 코스로우샤히 우버 CEO로 보인다"면서 "2억4천500만 달러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재판을 더 끌었을 경우 우버가 입게 될 잠정적인 피해에 비할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전적인 것보다 더 큰 이익은 이번 소송으로 캘러닉은 대중적으로 큰 모욕을 당했지만 코스로우샤히는 그만큼 사내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버로서는 차량호출업의 미래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개발이 재판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됐던 것을 다시 본 궤도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고, 현재 자율주행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웨이모와 화해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뜻깊은 대목이다.
테크크런치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우버가 웨이모를 따라잡기는 아직 벅차다"면서 "최소한 우버의 초기 투자자였던 알파벳 그룹과 화해의 기반을 마련해 향후 파트너십을 맺게 된다면 코스로우샤히로는 캘러닉이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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