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펜스, '평창 이후' 겨냥한 대북압박 '올인' 행보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남북 화해' 분위기와 상관없이 대북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나자마자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평창에 데려온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 탈북자를 만나고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대북 최대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평창 개막식에 파견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 간 화해 기류는 철저히 외면한 채 '평창 이후'를 겨냥한 강경 행보를 이어간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가 목표가 되지 않는 압박 공조의 해체나 북미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으며 남북 간에 전개되는 화해 드라이브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의지를 그가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펜스 부통령은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사전 리셉션에 5분간만 모습을 드러내는 외교적 결례를 무릅쓴 데 이어 개막식 행사에서도 뒷줄에 앉은 김 제1부부장 등 북한 측 인사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개막식 행사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시 "VIP석에 앉아있던 다른 이들이 기립해 선수단 입장을 환영했지만, 펜스 부통령과 그의 부인은 자리에 앉은 채 남북의 데탕트를 기뻐하는 환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애초 펜스 부통령 측은 이번 방문의 목표가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북한의 억압적 현실을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것이라고 공언 한 바 있다.
먼저 그는 지난 5일 항공기 급유를 위해 내린 알래스카에서 "만약 북한 측 관리와 만나게 되더라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던 내용과 같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야욕을 완전히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가는 곳마다 북한에 대한 진실을 말할 것이다. 어디서든 내 메시지는 같을 것"이라며 "올림픽과 관련해 남북 간에 어떤 협력이 존재하든 간에, 핵·탄도미사일 개발과 보유, 도발을 끝내야 하는 북한 정권의 실상을 가리지 못하도록 확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7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곧 북한에 대한 전례 없이 엄중하고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북한에 압력을 계속 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에 대해 "북한의 체제 선전이 올림픽을 강탈(hijack)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도발 행위를 올림픽기 밑에 숨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방한 이후 펜스 부통령의 행보는 철저히 대북 비판에 맞춰졌다. 천안함 기념관 방문과 평창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 웜비어의 부친을 대동하는가 하면 탈북자들과 만나는 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그는 방한 이틀째인 이날 평택의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해 "자국 시민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고 칭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문 대통령과의 회담 뒤 미 부통령실이 내놓은 성명도 북한과의 대화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채 "두 지도자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최대 압박전략을 강화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만 언급했다.
펜스 부통령을 따라 한국을 방문한 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전날 '한미는 북한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는 칼럼에서 펜스 부통령이 자신에게 "우리는 올림픽 후에도 북한을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책무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천명한다"고 밝혔다면서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는 올림픽 성화가 꺼지면 대북 관계의 해빙도 끝나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이 미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흔들 수 있는 남북의 화해 기류에 부정적이라는 점과 평창 이후 다양한 옵션을 동원한 최대한의 대북압박을 해 결국 북한을 무릎 꿇리겠다는 점 등을 분명히 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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