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불화살→알리의 감동→와이어 액션…평창은 '아이스쇼 점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파킨스병 투병 故 알리 '감동'
1992년 바르셀로나 불화살 점화…2008년 베이징은 '와이어 액션' 점화
'피겨퀸''김연아가 아이스쇼와 더불어 달항아리에 점화 '눈길'
(평창=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불화살의 볼거리와 알리의 감동을 넘은 평창의 '아이스쇼' 성화 점화.'
근대 올림픽에서 성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이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36년 베를린 하계올림픽에서 처음 성화봉송이 도입된 이후 올림픽 개회식 때마다 선보이는 독특한 성화 최종 점화 방식은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벤트가 됐다.
성화봉송의 시작은 역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나치 정권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가 그리스부터 독일 베를린까지 3천817㎞를 3천331명의 주자를 통해 성화를 봉송하면서 독일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의도가 깔렸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80여 년이 흐른 지금 성화봉송과 성화 채화는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는 세리머니가 됐고, 각 대회를 기억하는 추억으로 자리잡았다.
올림픽 기간 경기장을 밝히는 성화에 불을 밝히는 방식도 다양하게 변화했다.
최종 성화 주자가 성화대까지 달려가 성화봉을 번쩍 들어 올리고 불을 붙이는 고전적인 방식은 이제 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각 개최국은 자국의 자랑거리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방법으로 성화 점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고전적인 성화 채화 방식을 가장 먼저 바꾼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다. 성화 최종주자가 성화대 밑에 설치된 오륜 마크에 불을 붙였고, 불꽃은 오륜 마크를 따라 경기장 상단의 성화대로 이어져 옮겨붙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성화 채화 방식도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서울 올림픽에서는 3명의 성화 최종 점화자가 엘리베이터 방식의 성화대를 이용해 하단에서 꼭대기 성화대까지 올라가 불을 붙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도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기계 장치의 이용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최종 성화 주자의 불꽃을 이어받은 궁사가 멀리 성화대를 향해 불화살을 날려 점화시켜 눈길을 끌었다.
'감동'을 모티브로 앞세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성화 점화는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당시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전설의 복서' 고(故) 무하마드 알리는 병 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점화장치에 불을 붙였고, 불꽃은 성화대까지 연결된 줄을 따라 이동해 점화됐다. 인간 승리의 감동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공중을 나는 인간'도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몸에 와이어를 감은 최종 성화 주자가 경기장 상단의 벽면을 달리면서 성화대에 불을 붙이면서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전달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이어 평창으로 자리를 옮겨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국이 피겨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데 커다란 공을 세운 '피겨퀸' 김연아가 최종 성화주자로 나섰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달항아리 성화대 밑에 설치된 미니 아이스링크에서 멋진 아이스쇼를 펼친 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정수현(북측)-박종아(남측)가 계단을 통해 성화대까지 배달한 성화봉을 이어받았다.
김연아가 미니 아이스링크 옆 얼음덩이에 불을 붙이자 거대한 스프링 기둥이 솟아오르면서 달항아리로 불꽃을 배달해 성화를 밝혔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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