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아리랑으로 하나 된 남북…평창엔 오직 코리아만 있었다
(평창=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선수단 입장식은 한국의 첫 올림픽인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배경음악으로 시작했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총 92개 참가국 선수들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선수들이 가장 먼저 스타디움에 들어선 이후 한글 표기법에 따른 국가명 순서대로 입장했다.
'손에 손잡고'에 이어 세계적인 히트곡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롯한 한국의 유행가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핀란드와 필리핀, 헝가리, 홍콩 선수들이 입장할 때 흘러나오던 레드벨벳의 '빨간 맛'은 홍콩 선수들이 입장을 마치자 갑자기 중단됐다.
홍콩 선수들이 입장할 때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3만5천 명 관중의 함성이 이미 시작됐다.
홍콩 선수들의 뒤편으로 한반도기를 든 남북 선수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여러분, 드디어 코리아!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고 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에 이어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이 춤을 추고 박수를 유도하면서 스타디움에 발을 들였다.
이어 한국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북한 수비수 황충금이 함께 든 하늘색의 한반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역대 10번째이자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의 국제 스포츠 무대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의 순간이었다.
스타디움에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관중은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개회식 시작 전부터 소름 끼칠 정도의 '칼 군무'를 선보이던 북한 응원단은 감격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대회 엔트리 기준으로 남한 145명, 북한 22명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스타디움에 들어왔다.
관중석의 외국인들도 남북 공동 입장의 역사적 의미를 아는 듯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한 선수들은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카메라를 향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낯익은 선수가 아니면 누가 남한 선수인지, 누가 북한 선수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뒤를 돌아 김여정과 악수했다.
남북 선수단의 입장을 끝으로 화려한 폭죽이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휴전선이 갈라놓은 남북한이지만, 이날은 모두가 '코리아'의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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