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체 위생논란] 집먼지진드기에 변기 수세미로 닦은 물컵
특급호텔·비즈니스호텔·리조트 곳곳에서 소비자 불만
객실 악취·벌레 등 위생 불량 지적 최다…직원 1명, 하루 방 16개 청소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이도연 기자 = 특급호텔 등 국내 호텔의 위생상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유명 특급호텔이 변기를 닦던 수세미로 물컵과 욕조를 다시 닦거나 바닥에 있는 수건으로 컵의 물기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객실 청소를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들 호텔의 1박 숙박비는 최소 20만∼30만원에 달한다.
특급호텔뿐 아니라 비즈니스호텔이나 리조트 등에서도 위생문제로 소비자 불만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 소비자는 리조트에 숙박한 뒤 위생상태가 불량해 6살 자녀가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혈관부종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상담했다.
다른 소비자는 비즈니스호텔을 예약해 숙박하던 중 먼지가 뭉텅이로 있고 거울도 지저분했으며 화장실 청소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호텔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업계에 따르면 특급호텔은 대부분 협력업체와 계약해 객실 청소를 맡긴다.
협력업체에 소속된 직원 한 명이 일반적으로 한 객실을 청소하는데 40분 정도가 소요되며 하루에 8∼9개 객실, 많게는 10개 객실을 청소해야 한다.
그러나 호텔이 비용 절감 등의 문제로 인원을 줄이면서 직원 한 명이 14∼16개의 객실을 하루에 청소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객실 한 개에 청소와 세탁 등 정비 비용이 8만∼10만원씩 발생한다"며 "이 비용이 객실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요금을 낮추려면 청소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꺼번에 많은 객실을 청소하다 보니 청소 직원도 청소를 대충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매뉴얼에 따르면 객실 청소 후 고객이 체크인하기 전 점검자가 객실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 과정이 대충 진행되거나 아예 생략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위생 불량 문제는 관광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 2016년 관광공사에 접수된 숙박 관련 관광 불편신고 총 105건 중 시설 및 위생관리 불량이 21.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관광객들은 객실에서 악취가 나고 벌레가 발견되는 등 청소 상태가 불량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위생문제로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호텔 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호텔업 등급 결정사업을 맡은 관광공사 관계자는 "등급 평가 전에 소방서나 소비자원에 공문을 통해 해당 호텔이 위생점검이나 소방점검 등으로 행정조치를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한다"며 "행정조치가 있다면 점수가 감점된다"고 전했다.
일부 특급호텔의 청소 위생이 문제 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제대로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1년에 한 차례 시내 관광호텔을 대상으로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위생점검을 하지만 관련 법규가 청소 방법이라든가 세균 수 기준까지 자세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호텔을 비롯해 모텔과 여관 등 숙박업소는 총 3천400여곳에 이른다. 시청과 자치구의 위생 담당 공무원이 이들 업소는 물론, 미용실과 목욕탕 등도 관리하다 보니 일일이 매년 점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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