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장기 독재청산 쉽지 않아." 주마 버티기로 남아공 혼선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되면서 남아공 정국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10여 년간의 집권 기간 각종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내년 5월 임기 만료에 앞서 조기사퇴 압력을 받고 있으나 쉽사리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주마의 퇴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남아공 국민은 주마 대통령의 필사적인 현직 고수 작전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스탈린그라드 사수'에 비유하고 있다.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주마를 사퇴시키고 신임 ANC 대표로 선출된 시릴 라마포사 부통령을 새 대통령으로 추대할 방침이나 주마 대통령이 조기사퇴를 거부하면서 당내 분란과 함께 정권 이양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장기 집권을 통해 남아공 각 분야에 거대한 부패 네트워크를 구축한 주마 대통령을 몰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없지 않았으나 예상외로 ANC 내부를 비롯하여 주마가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지지세력의 저항이 거센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마 퇴임을 논의하는 ANC 밖에서는 주마 지지자와 반대자들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ANC 정보책임자 출신답게 노회한 주마 대통령은 사퇴를 약속하면서도 시간 벌기 작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ANC 일각에서는 주마 대통령의 술수가 라마포사 보다 한 수 위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원칙적 전략가인 라마포사가 주마를 축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주마 대통령은 지연작전을 통해 무엇보다 퇴임 후 벌어질 부패 수사에서 면책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FT는 전했다.
이에 따라 주마 처벌을 주장해 온 남아공 민권단체 등은 라마포사가 주마 대통령과 막후 타협을 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라마포사 대표는 분열된 ANC의 통합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분당까지도 갈 수 있는 주마에 대한 의회 불신임 표결을 가능한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더욱이 ANC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당이 분열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재집권 전망이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주마와의 막후 협상론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나 만약 퇴임 대가로 주마를 사면할 경우 또 다른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난처한 상황이다.
지난 2008년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타의에 의해 사임하면서 지지세력이 ANC에서 이탈한 바 있다.
주마 대통령은 조기 퇴임 조건으로 만약 그가 퇴임 후 부패 수사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대통령의 사면이나 그의 전처(前妻)를 각료로 발탁할 것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라마포사가 고위층 부패 일소를 주장해온 만큼 주마 시대처럼 검찰 등 국가기관에 간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라마포사와 주마 간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다음 주 주마에 대한 의회 불신임투표 강행을 압박하고 있다.
최대 야당인 민주동맹 지도자 음무시 마이마네는 만약 라마포사가 주마에 대한 사면 브로커로 전락할 경우 총력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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