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식보유 가구 52% '2007년 후 최고'…저소득층 투자 급증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주식을 보유한 미국인 비율이 절반을 웃돌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8일 AP통신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현재 미국 전체 가구의 52%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보다 3% 늘어난 것이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퇴직연금에 자동으로 가입하는 직장인들은 물론 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데이트레이더들을 망라한 수치로, 특히 저소득층 가구의 주식 보유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 점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피터 브래디 투자회사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호전되면서 직장인 퇴직연금에 자동으로 가입하거나 저축할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AP통신은 주식 보유 비율이 늘어나는 데는 명암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초부터 시작된 강세장 덕분에 양호한 투자수익을 챙겼을지 모르지만 베이비붐 세대에서 주식 투자 비중이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수준보다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주가가 지난 수년간 계속 오른 탓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주식의 비중이 높아졌거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유명 투자회사인 피델리티가 지난해 가을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주식 보유 비중이 권고치보다 높은 이 회사의 퇴직연금 가입자는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피델리티는 퇴직연령에 근접한 가입자에게는 60%를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 40%는 채권 투자나 현금 보유에 할당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퇴직 시기를 맞는 베이비붐 세대 가입자들은 평균 7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델리티의 진 톰슨 선임 부사장은 "우리는 증시가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 오를 때도 동일한 충고를 한다"고 밝히면서 "자산을 적정하게 배분하고 지나친 리스크는 감수하지 말아야 하며 밤에도 편히 잠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급등락이 오랫동안 반복됐지만 주가가 결국 회복됐고 하락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장기 보유 시 큰 수익을 안겨주었다.
미국의 재무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젊은 투자자들에게는 시장의 부침을 무시하고 주가 하락을 매수기회로 삼을 것을 충고한다. 투자회사들은 통상적으로 20대 투자자들에게는 자산의 90%를 주식에 투자해도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퇴직이 임박했거나 이미 은퇴한 미국인들에게 조언하기란 간단치 않다. 20대처럼 오래도록 주식에 투자할 수는 없겠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난 덕분에 앞으로 10여 년 동안 투자를 계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권은 전통적으로 안전한 투자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종전보다 리스크가 커졌다. 예상대로 미국의 금리가 오른다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투자수익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모든 투자자가 편히 밤잠을 잘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듯 보유 주식 가치가 10% 이상 하락했을 때 편한 밤을 보낼 수 없다면 주식에 너무 많이 투자했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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