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미 정부 독자제재 대상인 김여정과 평창회동 가능성은?
WP "김여정·최휘 인권위반 제재대상…펜스와의 만남 어려울 것"
김여정 방남에 한국정부와 관계개선·북미관계 돌파구 기대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포함됨에 따라 미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여정은 북한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 남북 고위급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오는 9일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흘가량 남한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과 동선으로만 보자면 김정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리해 두 사람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북미 간 최고위급 회동의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추측을 낳는 게 사실이다.
펜스 부통령도 지난 5일 항공기 급유를 위해 알래스카에 내려 북부사령부 미사일 방어(MD)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방한 중 북한 측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대화를 믿는다고 밝혀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북한 대표단과의 어떠한 회동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답해 북미 접촉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그 가능성을 작게 봤다. 김여정이 인권침해와 관련해 미 정부의 독자 제제 대상에 오른 인사이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월 당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인 그녀를 북한 내 인권침해와 관련된 검열활동 등을 이끌었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 제재대상에 이름이 오르면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미국 내 자금 동결 및 거래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그녀와 함께 방남하는 최휘 부위원장도 당시 미 독자제재 대상에 포함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북한의 연쇄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자에도 이름이 올라 회원국 여행금지 대상에 포함된 인물이다.
WP는 "김여정과 최휘는 검열활동과 관련된 인권위반 혐의로 인해 미 정부에 의한 직접 제재대상이 된 인물"이라며 "그런 이유가 펜스 부통령이 두 사람을 만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김여정이 북한에서 신성한 백두혈통을 공유하나 여성이어서 절대 이 엄격한 유교사회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며 "그러나 그녀는 오빠의 중요한 지원자 역할을 하며 정권 내에서 승승장구해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신문은 "김여정이 방문한다면 그것은 김정은 정권이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 진지하다는 신호로 여겨질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군사옵션이 점점 더 거론되는 가운데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함께 북한과의 외교가 작동할 수 있음을 트럼프 행정부에 보여주는 데 적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CNN도 김여정이 미 독자제재 대상자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나자마자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데리고 방한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 방송은 "북한 대표단에 김여정이 포함됨으로써 북한의 '미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한 미국을 자극할 것 같다"며 "지난해 미 재무부는 그녀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전했다.
다만 이 방송은 "김여정의 등장은 김영남과 방남과 함께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방송은 펜스 부통령이 이번 한국·일본 방문의 목표는 김정은 정권에 맞서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제재·압박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전례 없는 경제 제재 등 최고의 대북압박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 후 회견에서 "곧 북한에 대한 전례 없이 엄중하고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대북 압력 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전날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이나 그 이후에 어떠한 북한 관료와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여정과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의 조우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이 개회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반면 이방카는 폐회식에 참석하는 방문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기 때문이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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