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폭도 핵심점 사격 소탕"…5·18특조위 공개 헬기작전 지침
특조위,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 '계엄사 명령' 등 처음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관련 의혹을 조사해온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당시 계엄군의 광주 시민을 겨냥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밝힌 것은 당시 계엄사령부의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과 명령이 처음 확인되면서 가능했다는 것이 특조위의 설명이다.
특조위는 7일 5·18민주화운동 기간 육군은 광주에 출동한 40여 대 헬기 가운데 일부 500MD 공격헬기와 UH-1H 기동헬기를 이용, 5월 21일과 5월 27일 광주 시민을 상대로 여러 차례 사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계엄군이 육군 병력의 발포와 함께 협동 작전으로 공중에서도 시민을 상대로 하는 헬기 사격을 실시한 사실이 공식 조사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6년 말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일부 탄흔이 발견되면서 진상규명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8월 지시로 특조위가 출범한 지 약 다섯 달 만에 찾아낸 성과로 꼽힌다.
특조위는 이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다양한 목격자들의 증언과 군 안팎의 관련 기록을 들었다. 특조위는 이번 조사에서 약 62만 쪽에 이르는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당시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을 위해 광주에 출동했던 190개 대대급 이상 군부대 및 관련 기관을 방문 조사하는 한편 당시 군 관계자들과 목격자 등 120명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5·18민주화운동 당시 5월 21일부터 계엄사령부는 문서 또는 구두로 수차례에 걸쳐 헬기사격을 지시했다고 특조위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특조위는 계엄사령부의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 헬기 사격 관련 '경고문', 계엄사령부 부사령관 '구두명령' 등의 내용을 처음 확인했다. 헬기 사격이 있다고 확증할만한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 건'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계엄사령부가 5월 22일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에 하달한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은 '무장폭도들에 대하여는 핵심점을 사격 소탕하라', '시위 사격은 20미리 벌컨, 실사격은 7.62미리가 적합'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계엄사령부는 헬기 사격시 실시 전 3∼5회의 경고 방송도 하도록 지시했으며 '경고문'에는 '무장을 한 자나 사격을 하는 자는 사살하고 계속 저항하는 자는 집중사격' 등 내용이 담겼다.
계엄사령부 황영시 부사령관은 5월 23일 전교사 김기석 부사령관에게 '전차와 무장헬기를 동원하여 강경하게 충정작전을 실시하라'는 등의 내용의 구두명령을 내렸다. 특조위는 5월 20일부터 26일 사이에 4회에 걸쳐 같은 내용의 구두명령이 내려졌으며, '코브라로 APC(경장갑차)를, 500MD로 차량을 공격하라'는 취지의 명령도 내렸다고 전했다.
계엄군의 도청 앞 집단 발포가 이뤄진 5월 21일과 계엄군이 전남도청에 재진입한 5월 27일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많았다. 5월 21일 오후에는 전남도청 인근과 광주천을 중심으로 8곳에서, 5월 27일 새벽에는 전남도청과 전일빌딩을 중심으로 6곳에서 목격됐다.
특조위는 또 계엄군 측이 지금까지 5월 21일 오후 7시30분 자위권 발동이 이뤄지기 전 광주에 무장헬기가 투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으나, 실제로는 5월 19일부터 31사단에 무장헬기 3대가 대기하고 있었던 사실이 기록을 통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전일빌딩 10층 내부에서 발견된 150개의 탄흔도 주요 근거가 됐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해 1월 탄흔이 UH-1H에 장착된 M60 기관총이나 개인화기 M16 사격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감정한 바 있다.
무장장착 상태 헬기로 광주 상광을 비행했다는 조종사들 진술도 있었다. 다만 당시의 조종사들은 헬기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특조위는 이와 함께 벌컨포 500발씩을 싣고 광주에 출동했다는 조종사 진술이나, 103항공대가 전교사에서 벌컨포 1천500발을 수령했다는 자료 등을 고려하면 AH-1J 코브라 헬기에서 벌컨포를 사격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봤다.
이와 관련, 인적이 드문 조선대 뒤편 절개지에서 코브라 헬기가 벌컨포로 위협사격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특조위는 다만, 민주화운동 기간 헬기 40여대 가량이 광주에서 병력 이동, 보급품 수송 등을 위해 많은 시간을 운행한 만큼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자 헬기운행일지 등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해당 부대들이 보관하고 있지 않거나 보존 기간 경과로 파기됐다고 주장해 확인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특히 전남도청 인근과 광주천을 중심으로 이뤄진 21일의 헬기 사격에 대해 "무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것으로 계엄군의 진압 작전의 야만성과 잔학성, 범죄성을 드러내는 증거"라며 "시민들과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실시됐던 지상군의 사격과 달리 헬기 사격은 계획적·공세적 성격을 띄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계엄군은 21일 집단 발포에 대해 무장시위대에 대한 자위권적 차원의 조치였다고 주장해왔으나 헬기 사격은 이러한 주장을 뒤집는 증거"라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을 상대로 한 비인도적이고 적극적인 살상행위로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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