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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갇힌 제주 중산간 마을 "이렇게 눈이 내린 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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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갇힌 제주 중산간 마을 "이렇게 눈이 내린 건 처음"
1m가량 눈 쌓여 마을 연결도로 끊겨…제설작업 '역부족'
일부 버스운행 중단, 상수도관 얼어…"눈, 눈이 지겹다"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변지철 기자 = "폭설 때문에 여기는 제주가 아니에요. 완전히 딴 세상입니다!"


6일 산굼부리 관광지와 토종닭 특구로 유명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지역은 최근 며칠째 이어진 폭설로 1m 가까이 눈이 쌓이면서 겨울왕국이 따로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쳤고, 눈이 무릎 위로까지 차올라 걸음을 옮기기도 힘들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제설작업.
'윙∼' 굉음을 내며 포크레인이 쉴새 없이 눈을 퍼서 길을 내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계속해서 내리는 눈 때문에 뒤돌아보면 다시 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한 관광객이 두고 간 렌터카와 운전을 포기한 마을 주민들의 자동차들이 도로 한편을 차지하면서 제설작업은 더욱 더디게 진행됐다.

눈을 치우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동네를 돌아다니는 주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나오지 않는 게 아니라 눈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상황.
큰 도로 위주로만 제설작업이 이뤄지던 터라 마을 골목길은 속절없이 쌓이는 눈에 그대로 방치됐다.
토종닭 전문 음식점들 가운데 몇 곳은 아예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곳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말 그대로 고립무원이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진모(60)씨는 "16년 전 교래리에 자리를 잡고 나서 이처럼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처음이다. 나흘간 최소 80㎝ 이상은 내린 것 같다"고 말하며 연신 삽으로 눈을 밀어냈다.

양창호 교래리장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해서 눈이 내리니까 집마다 제설작업을 해달라고 이사무소로 하루에도 스무 통 넘게 전화가 온다"며 "현재 제설장비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요. 정말 딴 세상"이라고 하소연했다.
눈에 갇힌 마을은 비단 교래리만이 아니다.
나흘째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 등 제주 중산간 마을 상당수가 사실상 고립상태다.
버스운행이 중단되고 상수도관이 얼면서 급수지원을 받는 등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서귀포시 산간 마을인 남원읍 수망리에서는 전날 만감류 재배 비닐하우스 16동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기도 했다.
시설하우스 농가는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하던 중 삐걱 소리가 나더니 10초도 안 돼 무너졌다"며 "급하게 빠져나와 다치진 않았지만 첫 수확을 앞두고 피해를 입어 너무 속상하다"고 하늘을 원망했다.
b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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