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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춘천 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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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춘천 닭갈비
50여 년 역사의 향토음식…"춘천 가면 꼭 먹어봐야"

(춘천=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강원도 춘천에 와서 닭갈비를 못 먹어보면 왠지 허전하다. 춘천 여행의 재미를 상당 부분 잃어버린 듯해서다. 일본, 중국 등 외국 여행자들도 닭갈비를 맛보러 이곳 춘천까지 온다고 한다. 춘천 여행의 마침표가 바로 닭갈비인 것. 식도락의 묘미는 그만큼 크다. 춘천의 대표적 닭갈비 명소인 명동닭갈비 골목을 찾아봤다.



형형색색의 조화다. 붉은색의 양념 닭갈비가 하얀색의 구멍떡, 노란색의 고구마, 푸른색의 대파 등의 식재료들과 함께 검은색 철판에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가스 열기가 가해지자 철판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다투듯 동글동글 솟아나는 거품 속에 닭갈비는 자글자글 잘도 익어간다. 주걱으로 이리저리 뒤적여주니 넓고 둥그런 불판은 오감 만족의 풍성한 맛의 향연장으로 변모한다. 침이 꿀꺽 절로 넘어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 '돼지고기 대신 닭'…닭갈비 탄생 순간

춘천 하면 얼른 떠오르는 대표 음식이 닭갈비다. 닭고기가 다양한 식재료, 개성 넘친 양념과 어울려 독특한 맛을 자아낸다. 현재 춘천에는 중앙로와 금강로 사이의 명동닭갈비 골목 외에 신북읍닭갈비, 온의동닭갈비 거리 등이 산재해 있다. 춘천시에 따르면 시내의 닭갈비 음식점은 무려 274곳에 이른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명동닭갈비 골목이다. 춘천시청, 강원도청, 춘천중앙시장 등이 지척인 도심에 있는 데다 춘천역과도 가까워 여러모로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명동길의 이 뒷골목에는 17개의 닭갈비 전문식당이 빼곡히 들어서 오늘도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명동닭갈비 골목은 닭 조형물이 우뚝 서 있는 북쪽 입구에서 높다란 안내 간판이 걸려 있는 남쪽 초입까지 약 100m에 이른다. 이들 조형물과 간판에 새겨진 대로 1968년에 닭갈비 골목이 형성됐으니 올해로 어느덧 만 50년째를 맞았다.
그렇다면 춘천이 닭갈비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춘천시청은 그 연원을 1960년 무렵으로 보고 있다.
막걸리 안주용으로 돼지불고기를 팔던 한 선술집 주인이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대신 닭고기로 요리해 팔았다. 근처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닭고기에 돼지불고기의 양념을 넣은 다음 12시간을 재웠더니 그 맛이 그만이었다. 주로 가스 불판에 닭고기를 굽는 지금과 달리 그 당시에는 화로 석쇠에 닭고기를 얹어 숯불로 요리했다.

◇ 닭갈비 국제화의 주역 '겨울연가'

춘천 시내 대표명소인 명동의 뒷골목에 들어서기 시작한 닭갈비 음식점은 1970년대 들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양이 푸짐한 데다 영양도 많고 값까지 싸서 군인과 대학생 등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 1980년대에 지금처럼 각종 채소를 넣고 볶는 방식으로 진화한 가운데 전국의 공중파 방송에 소개되자 그 명성이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높아졌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 KBS TV 드라마 '겨울연가'는 닭갈비의 국제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지역을 무대로 제작된
'겨울연가'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닭갈비 음식도 덩달아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것. 근래 들어 일본, 중국, 대만 등 외국 여행객들이 닭갈비 맛을 보러 이곳에 찾아오는 이유다.
닭갈비 음식은 그 이름처럼 갈비 부위 자체를 사용하진 않는다. 주로 닭 다리 살을 발라내어 양념한 뒤 일정 시간 동안 재워두었다가 요리에 사용하는 것. 이 닭갈비 재료는 양배추, 고구마, 양파, 구멍떡 등 다양한 재료들과 함께 불판이나 석쇠에 올려져 구워진다.
양념을 만드는 비법은 재료 사용이 업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한다. 최정연 명동골목닭갈비 대표는 요리법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우리 식당의 경우 양념이 된 닭갈비를 하루 정도 재워 손님 식탁에 내놓는다"면서 "양념 만드는 방법은 1969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 그 비법만은 공개하기 곤란하다"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최 대표는 명동닭갈비 골목 연합단체인 '계명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 닭갈비와 궁합 맞는 메밀 막국수

닭갈비 맛을 극대화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이 양념장의 오묘함이다. 양념이 재료들에 깊숙이 스며들수록 맛의 매력은 더해진다.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가래떡인 구멍떡을 이용하는 것도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 닭갈비가 익은 다음에는 우동 사리를 역시 양념장과 함께 올려놓고 뒤섞어주면 색다른 별미가 추가된다.
고추장이 들어간 양념을 듬뿍 넣다 보니 닭갈비 요리가 온통 붉게 보인다. 시각적으로 상당히 매울 것 같은 느낌이 얼핏 드는 것. 하지만 막상 먹어보면 담백하다 싶을 정도로 매운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달콤한 맛마저 느껴진다고 할까.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닭갈비 음식의 매력 중 또 하나는 마지막에 즐기는 볶음밥. 닭갈비와 우동 사리 등을 다 먹은 뒤 밥을 철판에 펼쳐 볶으면 그 바닥에 남은 닭기름과 섞여 고슬고슬하면서도 맛깔스러운 후식이 된다. 최 대표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국사람에게는 역시 밥이 있어야 제대로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손님의 대부분이 밥을 후식으로 볶아 드신다"고 들려준다.
닭갈비와 궁합이 맞는 또 다른 메뉴는 메밀 막국수. 춘천의 전통적 향토음식인 막국수는 시원하면서도 맛이 깔끔해 영양은 물론 입가심용으로도 그만이다. 이들 음식에다 물김치, 배추김치, 상추 야채 등을 쌈장, 양파, 마늘과 함께 먹으면 더할 수 없는 만족감에 젖게 된다. 가격은 명동닭갈비 골목의 경우 닭갈비 300g 1인분에 1만1천원, 막국수 한 그릇에 6천원으로 이곳 식당들이 동일한 값을 적용하고 있다.
직장동료와 업무상 춘천에 왔다는 안진수(56·인천) 씨는 "식감 좋고 영양 만점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더욱 만족한다"며 "일만 아니라면 술 한 잔을 쫙 걸치면 정말 좋겠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소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춘천 닭갈비는 해물닭갈비, 낙지닭갈비, 소세지닭갈비, 버섯닭갈비 등으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식재료가 다양화하면서 그 퓨전 음식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 물론 초창기의 요리 방식을 이용한 숯불닭갈비도 즐길 수 있다. 숯불 위에 석쇠를 걸치고 여기에 닭갈비를 얹어 굽는 이 요리는 닭고기에 은근히 배어든 참숯 향 덕분에 가스 불에 구워 먹는 철판 음식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친구 사이로 오랜만에 춘천 여행을 왔다는 권수빈·이유진(20·서울) 씨는 "몇 년 전 이곳 닭갈비 골목에 와서 먹었던 닭갈비 맛을 잊을 수 없어 또 찾았다"면서 "숯불 위에 석쇠를 설치하고 닭갈비를 얹어 굽는 이 요리는 숯 향기가 오묘해 가스 불에 구워 먹는 철판 닭갈비와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영양학 관점에서도 닭고기는 만족할 만하다. 단백질은 물론이고 필수 지방산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두뇌 성장을 돕고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지방과 염류가 다른 육고기에 비해 적어 맛이 담백한 데다 고기의 섬유소가 부드러워 씹기에 편하고 소화율도 높단다.



◇ 풍성한 볼거리는 '덤'…매년 열리는 닭갈비축제

호반의 도시 춘천에 와서 닭갈비 음식을 즐기고 곳곳에 있는 관광지를 둘러보면 금상첨화다.
그중 하나가 국내 최대의 유리다리인 소양강 스카이워크. 길이 174m, 높이 7.5m의 이 다리를 걷다 보면 아슬아슬한 스릴을 짜릿하게 느낄 수 있다. 춘천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소양강 처녀상은 덤이다. 동양 최대의 사력댐인 소양강댐은 북한강 유역의 유일한 다목적댐으로 소양호의 아름다움을 주변 자연경관과 함께 완상할 수 있다.
춘천과 가평 사이에 있는 남이섬은 메타세쿼이아 등 숲길이 매혹적이다. 제이드가든수목원은 '작은 유럽'이라고 부를 만큼 다양한 숲 속 풍경을 자랑한다. 김유정문학촌에서는 '봄봄' 등으로 널리 알려진 김유정 소설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닭갈비를 내세운 축제는 해마다 여름이면 열린다. 8월 말과 9월 초 춘천역 앞의 옛 미군기지 캠프페이지에서 펼쳐지는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바로 그것. 2005년부터 개최하던 닭갈비축제는 2008년부터 기존의 막국수축제와 통합돼 전국닭싸움대회, 요리시연회, 전국씨름대회, 막국수닭갈비가요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춘천을 대표하는 양대 음식인 막국수와 닭갈비가 지역축제를 통해서 나란히 손잡은 셈이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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