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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첫 공동입장의 추억…아리랑 흐르자 맞잡은 손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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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첫 공동입장의 추억…아리랑 흐르자 맞잡은 손 번쩍"
시드니올림픽 선수단 부단장 김봉섭 전 체육회 사무총장



(평창=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야야, 들자, 들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손을 잡고 번쩍 들었어요."
김봉섭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역사상 첫 남북 공동입장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김 전 사무총장은 남북 선수단이 처음으로 동시 입장한 국제 종합대회인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부단장을 맡았다.
그는 시드니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맞든 공동기수 정은순(여자 농구선수)과 박정철(북한 유도감독)의 뒤를 따라 고(故)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 장웅 북한 IOC 위원 등과 함께 입장했다.
특히 그는 같이 걷던 류성일 조선올림픽위원회 서기장과 맞잡은 손을 힘껏 들어 올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 전 사무총장은 전혀 예고된 퍼포먼스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당시 공동입장 실무 협의에 참여했던 김 전 사무총장은 6일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원래는 남북 선수단 모두 오른손만 들어서 자연스럽게 흔들기로 협상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막상 개회식장 내에 '코리아'가 소개되고 아리랑이 울려 퍼지자 선수단은 흥분했다.
류성일 서기장과 김 전 사무총장은 자기도 모르게 맞잡은 손을 높게 들었다.
그러자 뒤따라 입장하던 선수단 모두가 이어서 손을 들어 올렸다.
관중은 기립박수로 첫 남북 공동입장을 축하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글썽이더라"라고 떠올렸다.


'하나'를 느낀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IOC와 조직위원회 측은 개회식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각 국가 선수단의 간격을 좁게 배치한다.
하지만 각국 선수단은 조금이라도 돋보이고 싶어서 앞뒤 국가 선수단과 간격을 띄우려고 한다.
시드니올림픽 개회식에서 '코리아' 피켓을 든 여성은 앞선 케냐 선수단의 뒤를 빠르게 따라붙었다.
그런데 북한의 한 선수가 "천천히 가자우"라고 외쳤고, 우리 대표팀 선수들도 "천천히 가", "빨리 가지 마"라고 동조했다.
남북 선수단이 마음을 모은 덕분에 피켓 걸, 공동기수와 상당한 간격을 두고 공동입장을 누렸다.
공동입장 분위기가 처음부터 이렇게 화기애애했던 것은 아니다.
기수를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다.
우리 기수는 장신 배구선수 김세진(현 OK저축은행 감독)으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북한 기수와 키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이유로 남측 기수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남측 선수단은 이미 정해진 것이어서 바꿀 수 없다고 맞섰고, 북한도 '그러면 그만두자'며 배수의 진을 쳤다.
결국 북한이 남녀를 바꿔달라고 정식 제안하면서 대표팀의 개회식 기수는 정은순으로 교체됐다.
이를 시작으로 남북 공동기수 순서는 '남녀북남'(南女北男)→'남남북녀'(南男北女)가 됐다는 게 김 전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공동입장 후 남북 선수단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며 "선수촌 식당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며 마주 앉아 밥을 먹었고, 사진을 찍었다. 경기장에서는 서로 응원하고 전술을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드니올림픽 때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황을 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선수단 규모 수에서 큰 차이가 있고,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 등도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공동입장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IOC의 권한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공동입장이 성사됐으니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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