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피겨 김규은-감강찬 "첫 올림픽 떨려요…응원해주세요"
감강찬 "(김)주식이 형이 어깨 괜찮냐고 물어봐서 괜찮다고 했어요"
북한 때문에 쏠리는 관심에 "사람이 없는 것 보다는 나아요"
(강릉=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팀 이벤트에 나가야 하는 데 당연히 떨리죠. 재밌는 경기를 보여줄 테니 응원 많이 해주세요."
한국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김규은-감강찬 조에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데다 잠시 남북 단일팀 논의가 불거지면서 북한의 렴대옥-김주식 조를 팀 이벤트에 포함한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자칫 '꿈의 무대'가 무산될 뻔도 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자력으로 티켓을 따고도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렴대옥-김주식 조에게 평창행 티켓을 주면서 김규은-감강찬 조는 개최국 쿼터를 활용해 평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4일 오전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김규은-감강찬은 첫날 휴식을 취하고 5일 강릉아이스아레나 연습링크에서 처음 연습에 나섰다.
둘은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무리한 점프와 리프트 동작을 빼고 쇼트프로그램 안무 맞추기에 집중하면서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날 훈련에는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때 처음 만나 지난해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에게 함께 지도를 받으면서 친분을 쌓은 렴대옥-김주식 조가 함께 했다.
지난 1일 방남해 2일부터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매일 훈련한 렴대옥-김주식은 이날도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상대적으로 김규은-감강찬에게는 '북한 선수'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 다소 아쉬운 장면도 드러났다.
하지만 김규은-감강찬은 이런 상황에 주눅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분위기를 즐기는 눈치였다.
감강찬은 외신과 영어 인터뷰에서 "(북한 선수들 때문에) 부담도 되지만 우리 훈련 스케줄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 때문에 주의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훈련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규은은 한발 더 나아가 "누가 지켜봐 주는 게 더 좋다"라며 "아무도 없이 훈련하는 것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좋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한국 피겨는 여자 싱글과 남자 싱글에만 집중되고, 국내에 시니어 페어팀은 김규은-감강찬이 유일해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비록 '북한 특수' 때문에 자신들에게도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도 즐기겠다는 게 김규은-감강찬의 생각이다.
김규은-감강찬은 오는 9일 평창개막식이 열리는 날 팀이벤트에 출전한다. 김규은-감강찬은 남자 싱글의 차준환(휘문고)과 함께 팀 이벤트 첫날 경기를 펼친다.
이에 대해 감강찬은 "당연히 떨린다. 우리 할 것만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이다"라며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겠다. 그러면 다음 주자인 차준환이 잘해줄 것이다. 절대 차준환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당연히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다. 응원을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어깨 통증 때문에 최근 4대륙선수권대회를 포기한 감강찬은 "지난주 치료도 받고 재활도 해서 통증은 거의 없다"라며 "북한의 (김)주식이 형이 어깨 괜찮으냐고 물어봐서 괜찮다고 대답해줬다"고 설명했다.
김규은-감강찬은 "선수촌이 깔끔하고 불편함이 없다, 선수촌 식당도 골라 먹을 게 너무 많아 살이 찔까 걱정돼 식욕을 참고 있다"라며 "선수촌은 새로운 경험이다. 각국 선수들이 많이 신기하다.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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