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싫어요"…IS 공격으로 황폐화한 이라크 소년의 절규
유독가스 환경 오염·만성질환 심각…"이라크 정부 손 놓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아들은 사는 게 싫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라크 카이야라에 사는 아메드 자심(15) 어머니는 아들이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메드는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스마트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지낸다.
다른 친구들처럼 밖으로 나가 축구를 하거나 연 날리기를 할 수 없다.
심장이 영구적 손상을 입어 잠시만 뛰어놀아도 곧바로 숨이 차기 때문이다.
그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감행한 공격 피해자다.
2년 전 IS가 유정(油井)을 공격한 이후 뿜어져 나온 연기를 들이마신 뒤부터 몸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의 어머니는 아메드가 갑작스럽게 몸이 붓고 숨쉬기 어렵다고 울부짖자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 의사에게 급히 데려가 진찰을 받게 했다.
당시 의사는 폐 속에 액체가 차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104㎞ 떨어진 아르빌 수도 쿠르드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의사들은 아메드가 '심각한 심장 손상'을 겪고 있어 이런 상태로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완치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한 채 정신과적 상담도 받지 못하고 있다.
IS는 2016년 이라크 보안군에 맞서 자신의 영토를 사수하려고 무려 25개 유정을 파괴했다.
시커멓고 자욱한 연기가 9개월 동안 카이야라 마을을 뒤덮었다.
사람들의 얼굴과 양의 털이 검게 변했다.
카이야라 병원 관계자는 "재앙을 겪었다"며 "연기가 마을을 며칠 또는 몇 달 뒤덮은 동안 노약자들이 호흡기 문제로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유독가스 흡입에 따른 장기적인 건강의 우려가 적지 않다"며 "출산 문제와 암 등 악성 종양 발병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IS의 공격이 이라크의 환경에 남긴 발자국은 전례가 없고 영원하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가축을 죽음으로 몰고 갔고 농토에서 곡물의 싹을 자른 것은 물론이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호흡기 환자들을 양산했다.
IS의 공격이 낳은 참상은 이처럼 여전히 이라크를 감싸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2016년 6월과 이듬해 3월 사이 200만 배럴에 가까운 원유가 유실돼 타버렸거나 유정 밖으로 넘쳐 소실됐다고 이라크 석유부를 인용한 유엔 보고서가 밝혔다.
환경전문가들은 원유가 상당량 땅속으로 스며들어 갔거나 이라크의 젖줄인 인근 티그리스 강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IS는 카이야라 북쪽 세계 최대 황 생산 공장도 공격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3만5천 톤의 유독가스가 공중으로 날아갔다.
IS의 공격에 따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모른다.
이라크 정부는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마을을 재건하는 한편 폭발물 제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때문에 공중의료 분야 연구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카이야라 보건 당국자는 "IS 공격 피해 여파는 적어도 수년, 아니면 수십 년간 지속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미국 관리들은 유출된 유독가스가 카이야라와 주변 마을과 정착지를 뒤덮었다고 말했다.
카이야라 병원은 IS 공격을 받은 후 지금도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이야라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어느 마을의 농민들은 토마토, 오이 등 전통작물을 재배하느라 무진 애를 쓰고 있다.
50마리가 넘던 양은 지금은 10여 마리로 줄었다.
마을 주민은 "연기가 삶을 망가뜨렸다"며 "오염된 과일이나 채소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S는 이곳은 물론이고 인근 함린 산맥 북부까지 방대한 지역의 환경을 파괴했다.
지역 및 국제 전문가들은 향후 건강 문제와 유독가스 확산에 대비해 이들 지역의 오염 상황에 대해 시급히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라크 보건환경부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나 IS가 야기한 각종 피해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이라크 정부가 전투가 휩쓴 지역에 대한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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