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하프파이프 의남매' 이강복·장유진 "개회식이 가장 기대돼요"
이강복은 고교 2학년, 장유진은 1학년으로 하프파이프 출전
"평창에서 올림픽 경험하고 베이징에서 메달 딸래요"
(횡성=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 출전하는 선수 2명은 모두 고교생이다.
남자부 이강복(18·서울고)은 고교 2학년, 장유진(17·수리고)은 1학년이다.
스키협회에서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미래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두 명은 무사히 올림픽 출전권까지 얻어 동계올림픽 개회식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5일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이 별도 훈련 중인 강원도 횡성군 웰리힐리 리조트에서 만난 이강복과 장유진은 자리에 앉아서도 고교생답게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 장난기가 묻어 나왔다.
이들 둘은 어릴 때부터 의남매처럼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이강복이 스포츠 스쿨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스키를 먼저 시작했고, 장유진이 스쿨에 등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강복과 장유진 모두 또래보다 훨씬 빨리 두각을 드러냈다. 이강복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로 들어섰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스키를 배운 장유진은 중학교 1학년 이강복의 뒤를 따라 선수가 됐다.
평창을 놀이터처럼 누비고 싶다는 이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애 첫 번째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린다.
-- 이번 올림픽에 준비하고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 이: 하프파이프는 기술을 하나씩 성공할 때마다 성취감이 대단하다. 올림픽에서는 난도 높은 기술에 도전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타는 게 목표다. 더블 콕(앞으로 두 바퀴), 더블 플레어(뒤로 두 바퀴), 엘리웁 플랫(파이프 진행 방향과 반대로 점프)을 준비하고 있다.
▲ 장: 양방향 540도(한 바퀴 반)와 720도(두 바퀴), 스위치 540도(공중에서 방향을 바꿔 한 바퀴 반)를 성공하고 싶다.
-- 올림픽에서 세운 성적 목표도 있는가.
▲ 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결선(예선 10위)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어려운 기술을 준비한다. 긴장하다 보면 실수도 자주 나오는 편이다. 하프파이프는 한 번 실수하면 만회가 어렵다. 내 것만 잘하면 10위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장: 결선(여자부는 예선 8위)에 못 올라가도 10위 정도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실수 안 하고, 생각한 대로 랜딩(착지)하는 게 목표다.
-- 올림픽 경기까지는 2주가량 남았다.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는 19일, 남자는 20일) 긴장되지 않나.
▲ 이: 오히려 한국에서 해서 마음이 편하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비행기 타고 나가는 월드컵보다 부담이 덜하다.
▲ 장: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월드컵이 더 떨리더라. 작년 평창 테스트이벤트 때 많은 사람이 응원해주시니 힘이 났다. 이번에도 놀이터처럼 즐기면서 해보고 싶다.
-- 장유진 선수의 고교 선배 중에는 김연아, 최다빈이 있다.
▲ 장: 이번에 우리 학교(수리고)에서 최다빈 언니까지 두 명이 나간다. 주위에서는 김연아 선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 같다. 친구나 선생님들이 '넘어지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준다. '누구처럼 돼라'는 말은 못 들었다.
-- 하프파이프 대들보인 김광진 선수가 다쳐서 올림픽에 못 나오게 됐다.
▲ 이: 김광진 선배가 열심히 해서 같이 나가자고 하셨는데…그때까지 (선배는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고) 저는 자력으로 쿼터를 못 얻었었다. 항상 딸 수 있다고 응원해주셨는데 정말 마음이 안 좋다.
▲ 장: 오빠가 (올림픽에 못 나간다고 결정된 뒤에도) 카톡으로 '소치 다녀온 선배로 조언해줄 건 부담감 없이 잘 다녀오라는 거'라고 응원해주셨다.
-- 올림픽에서 가장 기대되는 건 무엇인가.
▲ 이: 개회식이다. 모든 선수가 한자리에 모이는 게 기대된다. 모든 장면을 카메라로 담으려고 한다. 가능하면 SNS에도 올릴 거다. 근데 너무 추울 거 같긴 하다. 선수들도 2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근데 (장)유진이는 가만 못 있는 성격이라 혼자 어디로 가버릴지도 모른다.
▲ 장: (이강복을 흘겨보며) 해외에 대회 나가보면 외국 애들이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 작년 테스트이벤트 때도 음식 소개해달라고 하더라. 이번에는 (평창선수촌)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선수촌 식당에서 한국 음식 소개해주려고 한다. 매운 것도 먹여 볼 것이다.
-- 2022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생각하고 있나.
▲ 이: 평창에서는 우리가 가장 어린 편이다. 경험을 쌓고 베이징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우리 종목은 20대 초반이 전성기다.
▲ 장: 베이징에서는 메달권에 들고 싶다. 4년 뒤면 그만큼 성장할 것이다.
-- 올림픽이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 (둘 다 입을 모아서) 스키 여행을 가고 싶다. 어디든 좋다. 그저 재미있게,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스키 타고 싶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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