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대선 투표…동성결혼 찬반이 표심 가를 듯
40% 이상 득표 후보 없어 4월 결선투표 예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코스타리카에서 4년 임기의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대선 투표가 4일(현지시간) 치러졌다.
텔레티카 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수도 산호세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마련된 2천여 개의 투표소에서 투표가 시작됐다.
루이스 기예르모 솔리스 리베라 현 대통령은 오전 7시 30분께 한 표를 행사했다.
13명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대선에서는 동성 결혼이 표심을 가를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코스타리카에 있는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IAC)는 지난달 초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동성 커플의 경제·재산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코스타리카는 1969년 채택된 미주 인권협약에 서명한 만큼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
코스타리카 대학 부설 정치학연구센터(CIEP)가 지난달 24일 공개한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민족중흥당의 유일한 의원이자 보수성향의 복음주의 기독교 후보인 파브리시오 알바라도(43)가 1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복음성가 가수이자 TV 앵커 출신인 알바라도 후보는 IAC의 동성결혼 인정 판결이 자주권과 전통적인 가치를 침해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힘입어 약 한 달 사이에 지지율이 1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조사에서 11%의 지지율을 보인 바나나 사업가 안토니오 알바레스 데산티 민족해방당(PLN) 후보는 개인적으로 IAC의 판결에 반대하지만 당선된다면 판결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장관 출신으로 여당인 시민행동당(PAC)의 카를로스 알바라도 후보는 공개적으로 IAC의 판결에 찬성했다.
13명의 대선 후보 중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는 데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27%에 달해 오는 4월 1일 결선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타리카 전체 유권자는 332만여 명이며 대부분은 보수성향의 로마 가톨릭 신자다. 전체 유권자 3분의 2가량이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연임이 금지돼 있으며 1차 투표에서 특정 후보가 40%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이날 대선 1차 투표와 함께 57명의 의원을 뽑는 선거도 치러진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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