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제재 피해 외화버는 북한…"어업·군사협력 계속"
CNN, 모잠비크서 북한 어선과 위장기업 취재…"북한에 자금 전달"
미국·유엔, 중국 이어 북한과 협력 중인 아프리카 11개국 주시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의 조용한 항구. 주목할만한 것이 없어 보이는 이곳에 '수잔 1호'와 '수잔 2호'라는 어선이 다른 배들 사이에 정박해 있다.
이 배가 평범과 어선과 다른 것은 선원들이 북한 출신이라는 점.
수잔 1호는 한때 북한 배로 등록돼 있었지만, 지금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나미비아의 깃발이 달려있다.
그러나 여전히 배는 북한 선원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북한 선원들은 저녁 무렵에 배에서 나와 자연스럽게 시내 가게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고는 한다.
미국 CNN방송은 3일(현지시간) 유엔 조사관들을 인용해 북한과 모잠비크가 어업은 물론 위장기업 운영, 군사협력 및 엘리트 군인 육성 등의 거래를 통해 국제사회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잠비크에서 어업은 가장 수익성 높은 중요 산업이다. 북한은 현금이 많이 필요한데, 배는 이를 이동하거나 감추기에 아주 적합한 수단이기도 하다.
북한과 모잠비크가 비단 어업에서만 손을 잡은 것은 아니다.
2015년 북한 군사 전문가가 모잠비크에 파견돼 2년간 엘리트 군인 육성을 담당했다. 지대공 미사일, 군사 레이더, 방공 시스템, 탱크 재활용 등 양국은 국제사회 제재를 무시하고 군사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은 소비에트 시대에 전수된 모잠비크의 기술 수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 모잠비크 정부는 이를 오래 지속되는 내전에 활용하고 있다.
양국의 불법적 거래는 수백만 달러 규모로 이 돈은 지역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외교관들을 통해 다시 북한의 수도인 평양으로 전달된다.
미국은 이러한 자금이 외화를 관리하는 비밀부서인 이른바 39호실에 옮겨져 핵 개발 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입장에서는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서는 달러 등 국제적으로 쉽게 교환 가능한 경화(hard currency)가 필요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유엔이 제재를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 등을 통해 북한을 쥐어짜고 있지만, 모잠비크 사례에서처럼 여전히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외신들이 최근 입수해 보도한 유엔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이처럼 제재를 피해 석탄 및 금지된 상품을 수출함으로써 지난해 1∼9월 2억 달러(한화 약 2천170억 원)를 벌어들였다.
CNN은 마푸토 시내 2층짜리 건물에 북한의 해금강 무역회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현지 부동산업자를 인용, 이 북한 회사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서너 달 전에 떠났다고 전했다.
유엔 전문가위원회는 해금강 무역회사가 모잠비크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과 미국은 북한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에 이어 아프리카 11개국의 북한과의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해방운동과 냉전 등을 거치면서 북한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으며, 모잠비크도 그중 하나다.
심지어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에는 김일성의 이름을 딴 도로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모잠비크 역시 앞으로 수익성 좋은 북한과의 거래를 지속할지,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따르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망했다.
모잠비크 외교부의 알바로 오다 실바 국장은 "모잠비크에 있는 북한 사람들은 사회적이고 기술적인 분야에서 합법적으로 종사하는 이들"이라며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 관련 유엔의 모든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다시 "제재의 모든 상세 내용까지 알지는 못한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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