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英 쇼트트랙 크리스티 "金 따러 왔다"
500m·1,000m 집중훈련, 올림픽 첫 메달 도전…韓 최민정-심석희 '위협'
"내가 금메달 못 따면 민정이라도"…끈끈한 우정 과시도
(강릉=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영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엘리스 크리스티(28)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만은 않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500m 결승에서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다 박승희까지 함께 넘어뜨리는 바람에 박승희의 금메달 꿈을 좌절시킨 탓이다.
당시 한국 네티즌들은 크리스티 트위터 계정에 그야말로 융단 폭격을 가했다. 신사답지 못한 플레이를 펼쳤다는 비난 메시지들이었다.
크리스티는 끊이지 않는 사이버 폭언에 결국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닫았고 한동안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로부터 4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눈앞에 둔 지난 3일 저녁 강릉 영동쇼트트랙장에서 만난 크리스티는 그날 일을 말끔히 잊은 듯했다.
훈련 중에는 늘 밝은 표정이었고 한국 취재진을 만나서도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크리스티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국인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줘 많은 힘이 되고 있다"며 "실전 경기장인 강릉 아이스 아레나의 빙질도 너무 좋아서 많은 선수가 세계 기록에 가까운 성적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의 목표를 묻는 말에 거침없이 "당연히 우승이다.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가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 쇼트트랙 여제(女帝)들보다는 주목을 덜 받았지만, 크리스티는 영국은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여자 쇼트트랙 선수다.
그가 2016년 세운 500m 세계신기록(42초335)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수차례 월드컵 우승은 물론이고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의 쌍두마차 최민정(성남시청)-심석희(한국체대)를 모두 꺾고 종합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동계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20살이던 2010 밴쿠버 대회 때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지만 10위권 후반에 머문 데 이어 2014년 소치 대회 때는 메달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500m, 1,000m, 1,500m에서 모두 실격돼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크리스티는 "작년 10월에 다쳐서 몇 달을 스케이트를 제대로 타지 못했다. 그래서 출전권을 따는 데도 애를 먹었다"면서 "지금은 몸 상태가 좋다. 500m와 1,000m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500m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이다. 좋은 기회인 만큼 금메달을 따겠다"면서도 "다만 중국의 판커신이 이 종목에 정말 강하다"며 경계심도 늦추지 않았다.
크리스티는 평창 대회에서 4관왕 가능성이 제기되는 '세계 최강' 최민정과의 끈끈한 우정도 과시했다.
크리스티는 "민정이와는 소셜미디어로 자주 대화를 나눈다. 정말 타고난 재능이 엄청나다. 거기에 성격까지 착하다"면서 "내가 만약 금메달을 못 딴다면 민정이가 땄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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