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옆 화재에 '화들짝'…밥 먹다 겉옷도 못 입고 대피(종합)
80∼90대 고령 환자 등 43명, 물수건 코·입 막고 신속 대피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의 한 요양원 옆 식당에서 발생한 화재로 고령의 환자들이 추위 속에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다행히 신속한 대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요양원과 소방당국은 39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1일 인천 공단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7시 21분께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의 한 식당에서 불이 났다.
불은 순식간에 단층 가건물인 식당을 태우며 인접 5층짜리 건물 외벽으로 번졌다. 연기는 건물 창문 틈을 비집고 내부로 유입됐다.
당시 3층 요양원에서는 환자 43명이 평소와 다름없이 요양보호사와 조리사 등 직원 8명의 도움을 받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기가 창문 틈으로 서서히 새어 들어오자 16개 요양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연기 감지기가 작동하며 곳곳에 비상 사이렌이 울려 퍼졌고 소방서에 자동으로 화재를 알리는 자동 화재 속보기도 동시에 작동했다.
화재를 인지한 요양원 직원들은 거동이 불편해 누워있는 환자들부터 챙겼다. 서둘러 물수건을 만든 뒤 이들의 코와 입을 덮어 연기흡입을 막았다.
이어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을 비상계단으로 안내했다. 환자들이 대부분 80∼90대 고령이어서 부축이 필요했지만 남은 환자에게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환자들은 계단 안전손잡이를 잡고 1층 안전지역까지 대피했다. 일부는 겉옷도 챙기지 못한 채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갔다.
직원들은 누워있는 환자들을 업거나 들어서 1층까지 옮겼다.
30여명의 환자가 모두 요양원을 빠져나올 즈음 소방대원들이 도착했다. 직원들은 소방대원들과 함께 나머지 환자 10여명을 들것 등 장비를 동원해 모두 옮겼다.
연기는 십수분만에 시야를 가릴 정도로 요양원 내부로 유입됐지만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이곳 환자 43명 전원 연기흡입 부상 없이 무사히 구조됐다.
결국 불은 식당 330㎡와 요양원 건물 외벽 등 50㎡가량을 태운 뒤 오전 7시 49분 화재 발생 28분 만에 진화됐다.
강지민(36) 요양원 대표는 "창문이 모두 닫힌 상태여서 연기가 급속히 다량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환자들이 고령이어서 자칫 부상자가 발생할 뻔했다"며 "관련 규정대로 화재대응 시설을 갖추고 직원교육을 한 덕택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구급 차량을 동원해 환자들을 모두 다른 요양병원으로 모두 옮겼다"며 "경찰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과 재산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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