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지데몬, 유출문자에 "카탈루냐 독립시도 끝나…스페인 승리"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했다가 해임되고 나서 해외로 도피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카탈루냐 분리·독립 시도가 사실상 무산됐음을 시인하는 메신저 문자가 공개됐다.
31일 영국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지데몬은 전날 메신저 앱 '시그널'을 통해 벨기에 루벤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전 내각 동료 토니 코민 전 보건장관에 푸념하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푸지데몬은 이 메시지에서 "나는 당신이 이젠 그것이(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시도가) 끝났다고 깨달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사람들이 우리를, 최소한 나를 희생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몽클로아(스페인 정부 지칭)의 계획이 승리했다"고 메시지에 적었다.
이 메시지 내용은 카탈루냐 분리주의 캠프 내 '자포자기' 심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푸지데몬의 사적 메시지는 루벤 행사장에서 코민 뒤에 있던 스페인 TV 채널 '텔레싱코' 카메라맨에게 우연히 포착되면서 유출됐다.
푸지데몬은 나중에 자신의 트위터에 그런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인정하며 "나도 인간이다. 나 스스로 의심을 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푸지데몬은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전날 차기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재선출하려던 계획을 중단하고 나서 몇 시간 뒤 코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푸지데몬을 수반으로 재선출하려 하려던 회기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현재 벨기에 브뤼셀로 도피 중인 푸지데몬의 '원격 통치' 시도를 차단한 바 있다.
헌재는 푸지데몬이 스페인으로 돌아와 카탈루냐 의회에 '물리적으로' 참석해야 하고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아야만 카탈루냐의 수반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스페인 정부는 아울러 카탈루냐 의회가 외국에 있는 푸지데몬을 자치정부 수반으로 선출하면 자치권 박탈 조치를 이어가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푸지데몬은 지난해 10월 카탈루냐가 독립공화국을 선포한 뒤 브뤼셀로 거처를 옮겨 줄곧 지내고 있다.
브뤼셀에서 원격으로 이끈 카탈루냐 조기 선거에서는 푸지데몬이 속한 분리독립 진영이 스페인 잔류파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스페인 검찰은 카탈루냐의 독립선언 이후 푸지데몬 등 자치정부 지도부에 '반역죄'를 적용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푸지데몬이 귀국하는 즉시 체포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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