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일 깜짝쇼" 삼성전자 액분, 철통보안 속 이재용 승인
극소수 논의 참여…정현호 지휘 사업지원TF에서 조율한 듯
외인 지분 50% 이상 부담 지적에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거듭날 것"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005930]의 사상 첫 주식 액면분할 발표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는 31일 오전 공시 직후에 나왔다.
보도자료 작성·배포를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팀 임직원들조차 직전까지도 "전혀 몰랐다"고 할 정도로 철통보안 속에 논의가 이뤄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웬 날벼락이냐"라는 탄성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최종 의결될 때까지 '50대 1 액면분할' 안건은 재무·IR 등의 극소수 인사들만 참여한 가운데 수차례의 기밀 회의를 통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만일의 기밀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가족을 포함한 누구에게든 관련된 어떤 사안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에 서명했으며, 실제로 발표 때까지는 이는 지켜졌다.
특히 지난해 말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재무 관리·인사·계열사간 협의 등을 명목으로 탄생시킨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전반적인 조율에 나섰으며,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의 정현호 TF팀장(사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최종 방안이 마련되자 최고위급 임원들은 이를 구속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변호사를 통해 보고했으며,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그룹 관계자는 "이 정도의 결정은 이건희 부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고는 내릴 수 없는 것"이라면서 "논의 초기 단계부터 보고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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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날 발표가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 직전에 나온 것과 관련, 일각에서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액면분할 결정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주주환원 정책의 '완결판'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에만 총 4차례에 걸쳐 무려 9조2천억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총 5조8천억원을 배당에 쏟아부은 데 이어 이날 50대 1이라는 파격적인 액면분할을 결정함으로써 주식 가치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기 때문에 이번 주주환원 정책으로 인한 혜택이 상당 부분 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도 "황제주를 국민주로 변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그동안 액면분할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라면서 "소액 투자자들도 삼성전자 주식에 비교적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자는 취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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