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본기업에 센카쿠 中영유권 표시 요구하자 日정부 '발끈'(종합)
中 "'센카쿠=중국 땅' 표시하라" 시정 지시…日관방 "수용못해"
(상하이·도쿄=연합뉴스) 정주호 김정선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남중국해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그런 내용이 표시되지 않은 지도를 사용한 일본기업에 '시정'을 요구하자 일본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31일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중국 국가지리측량정보국은 최근 일본의 생활용품기업 무지(無印良品)가 배포한 '2017년 추동 가구' 브로셔 지도에 모두 4가지의 심각한 잘못이 발견됐다고 통보했다.
지도에 중국 당국의 심의 번호가 부착돼 있지 않고, 국가간 경계선이 잘못 그려져 있으며 댜오위다오, 남중국해 제도 등 중요 도서를 빠트렸으며 하이난(海南)성과 중국 대륙을 다른 색깔로 표시했다는 것이다.
대만에 대한 표기에도 문제가 있다고 중국 당국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센카쿠 열도는 역사적, 국제법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로 현재 우리나라가 실효지배하고 있다"며 "따라서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해결해야 할 영유권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스가 장관은 "중국 측의 독자적 주장에 기초한 (이번)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제 관점에서도 향후 중국에서 우리나라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당국이 해당 지도의 폐기를 명령한 것과 관련, "지난 30일 바로 베이징과 도쿄(東京)의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이번 조치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포함해 이번 건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전하고 사실관계 확인과 설명을 요구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로 대립하면서도 최근에는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지만 이번 사안은 양국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된 형국이 됐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자국에 진출한 메리어트호텔, 델타항공, 자라 등 외국 기업들이 대만이나 티베트를 국가로 표기했다가 중국 당국의 시정 요구를 잇따라 받은 직후의 일이다.
상하이의 무지 중국본부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이같이 통보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당국의 요구에 따라 지도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내 다른 매장에서 사용 중인 브로셔는 어떻게 처리할지, 브로셔 제작사가 어딘지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국토자원부와 국가지리측량정보국은 지난해 8∼10월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영도소조 판공실 등과 함께 "중국의 국가 영토주권과 안보이익을 훼손하는" 지도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실시했다.
이 단속에서 우지 외에도 홍콩 봉황망, 둥관(東莞) 룽창(龍昌)디지털과학기술, 훙둥(紅動)중국망, 후난(湖南)사범대 출판사, 21세기 출판사그룹 등 모두 8개 위규 사례가 발견됐다.
이들이 제작한 지도나 지구본에서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거나 국경선을 잘못 그리고 남중국해, 댜오위다오, 츠웨이위(赤尾嶼·일본명 다이쇼지마<大正島>), 쩡무(曾母)암사(제임스 암초) 등을 중국 영토로 표기하지 않았다.
츠웨이위는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에서 동쪽으로 110㎞ 떨어진 섬이고, 쩡무암사는 중국이 남중국해의 영해 기선이라고 주장하는 9단선 최남단에 위치한 암초로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에서 불과 131㎞ 떨어져 있다.
일부 출판사 지도에서는 시짱(西藏·티베트)을 영국 영토라고 잘못 주석을 달아놓거나 남중국해를 일본식 '지나해'로 표기하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지도' 단속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이후로 강화되는 자국 중심의 영유권 강화 행보와 관련이 있다.
지난 2016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9단선 영유권 주장이 아무런 효력도, 법률적 근거도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중재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취재 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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