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뭐 먹고 살죠"…하루아침에 잘린 아파트 경비원 34명
관리업체 변경하면서 고용승계 안 해…입주자 대표 의혹 일축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월 1일에 모두 나가야 합니다. 이 나이 많은 경비원들 잘리면 어디 가서 먹고 살라고…."
1천200세대가 거주하는 전북 전주시 한 아파트 경비원 34명이 집단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30일 경비원들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위탁관리업체가 변경돼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A 업체에 소속돼 있던 경비원 34명은 지난주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요구로 사직서에 서명했다.
위탁관리업체가 B 업체로 바뀌었다는 설명 외에 어떠한 해고 사유도 듣지 못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경비원들은 평균 5∼6년 이 아파트에서 근무했고 13년 동안 자리를 지킨 이도 있었다.
경비원 장모(67)씨는 "4년이 다 되도록 이 아파트에서 근무했는데 하루아침에 일터를 떠나라고 한다"며 "시간을 두고 통보해줬더라면 다른 일자리라도 구했을 텐데 이 엄동설한에 어디 가서 일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고 사태는 지난해 12월 재선임된 입주자 대표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새로 구성한 뒤 관리업체를 변경하면서 벌어졌다.
지난 23일 인터넷 일자리 사이트에는 해당 아파트 관리원 33명을 채용한다는 공고가 게시되기도 했다.
입주자 대표는 경비원 34명이 소속된 A 업체와 아파트 내 공사 관련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업체 한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 위탁관리를 맡았을 당시 공사 관련 문제로 입주자 대표와 여러 차례 부딪혔다"며 "계약이 끝나자 우리 업체와 관련된 경비원들을 모두 빼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입주자 대표는 경비원 고용승계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입주자 대표 C씨는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경비원 고용승계에 대한 문제는 논의된 바가 없다"며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찰한 업체 중 한 곳을 선정하는 것 외에 다른 권한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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