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복' 미국 위협에 '대서양경제전쟁' 경고한 EU…전운 고조
트럼프 "EU에 매우 큰 손실될수", EU집행위 "신속·적절히 대응할 것"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이 "매우 매우 불공평하다"며 무역 압박을 예고하자 EU는 대서양 경제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미국과 유럽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서 진행한 영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EU와의 무역 문제가 "아주 큰 뭔가로 변할 수 있다"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EU에 "매우 큰 손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EU에 대한 무역보복을 예고한 것으로 읽혔다.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가 방영되자 EU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9일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제재로 EU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경우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에게 무역정책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EU는 무역은 윈윈이 될 수 있고 윈윈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역은 열려있고 공정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원칙에 바탕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만약 수출이 미국의 어떤 제한적 무역조치로 영향을 받는다면 EU는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2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무역보복 예고에 EU도 필요할 경우 강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맞서면서 대서양을 넘나드는 무역전쟁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미국은 알루미늄 합판 반덤핑·상계관세 예비판정, 수입 철강·알루미늄이 자국의 경제·국가안보를 침해하는지 여부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신문은 무역제재와 보복에 관한 양측의 발언들이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 간 무역 충돌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EU의 무역 전쟁 가능성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제기돼왔으며 이미 개별 국가를 겨냥한 미국의 무역보복 사례들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해 여름 미국과 EU 간에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는 전 세계에 "크나큰 불행"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U는 지난달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수입산 철강 조사와 관련, 미 상무부에 제출한 공식 의견서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여러 철강 제품과 모든 나라를 겨냥한 광범위한 조치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북아일랜드는 지난 27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북아일랜드 근로자 1천여명이 고용된 캐나다 항공기 제작사 봄바디어에 292%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기로 한 미국 정부의 결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영국과 캐나다 정부가 봄바디어에 보조금을 부당 지원했다며 봄바디어의 C시리즈 기종에 대해 반덤핑 상계관세로 292%를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렸었다.
봄바디어의 미국 경쟁사 보잉사의 제소로 문제가 된 이번 사례는 그러나 ITC가 표결 끝에 4-0 만장일치로 봄바디어가 보잉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일단락됐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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