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시대극으로 진화한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김명민과 오달수의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돌아왔다. 세 번째 에피소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콤비가 자아내는 깨알 같은 재미와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 등 기본 설정을 제외하면 전편들과 다른 모습이다. 판타지와 호러 요소를 더했고 여성 멤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2015년작 '사라진 놉의 딸'이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을 답습했다는 김석윤 감독의 '자기반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자칭 조선 최고의 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그의 조수인 개장수 서필(오달수)에게 수사의뢰가 들어온다. 멀쩡한 사람이 가슴에 활을 맞고 불에 타죽는 기이한 사건이 강화도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임금이 행차하는 달맞이 연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 김민과 서필은 조식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 강화도로 향한다.
콤비가 강화도에 도착한 뒤 같은 형태의 살인사건이 이어진다. 코믹 시대극에 스릴러를 가미한 영화는 정체불명의 여인 월영(김지원)을 등장시켜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보탠다. "나는 누구냐?"고 묻는 월영은 기억을 모두 잃었지만 장정 두셋 쯤은 간단히 허공에 날려버리는 괴력을 지녔다. 월영은 괴력의 근원을 비롯한 자신의 정체가 의문의 사건들과 연관됐다고 여기고 사건의 진상을 뒤쫓는다.
탐정 콤비는 현장에서 자꾸 마주치는 월영을 의심하지만 곧 같은 목적 아래 힘을 합치게 된다. 실제 정체와 무관하게 극 중후반까지 수사에 혼선을 초래했던 전편의 여인 한객주(한지민)나 히사코(이연희)와 달리, 월영은 콤비의 수사에 적잖은 힘이 된다. 물론 미인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김민의 허술한 면모는 여전하다.
피해자들의 목에서 흡혈귀의 잇자국이 발견되면서 영화는 호러까지 장착한다. 온갖 장르를 뒤섞은 판타지 시대극은 살인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밝혀짐에 따라 의외로 권력암투가 횡행하는 조선 궁중정치의 민낯을 겨냥한다.
부조리를 꼬집는 예리함은 공납비리와 불량은괴 유통사건을 각각 서사의 핵심으로 삼은 전편들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민초들의 삶이 우선이라는 시리즈의 최종적 메시지는 변함없다. '금수저'에 해당하는 김민의 출신성분이 드러나면서 이런 메시지는 더욱 두드러진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조선시대 배경 탐정극이라는 뼈대에 가능한 살들을 최대한 갖다 붙인 모양새다. 사극에 처음 도전한 김지원은 정체성을 고민하다가 기억을 되찾는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을 비교적 능숙하게 연기했다. 김지원의 비중이 상당히 큰 탓에, 김명민과 오달수의 치고받는 유머가 뒤로 갈수록 잦아드는 점은 아쉽다. 콤비의 개인기로 관객을 붙들어온 시리즈의 태생적 조건을 감안하면, 월영의 과거사가 펼쳐지며 콤비의 개그가 끊기는 후반부는 다소 지루하게도 느껴진다.
'조선명탐정'은 한국형 시리즈물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미엔 다음 편을 예고하는 일종의 쿠키영상도 들어있다. 전하는 메시지나 시리즈의 형식적 진화를 떠나, 김명민·오달수 콤비에게 호흡을 맡기고 가볍게 관람하기에 맞춤한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 2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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