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서 전국 첫 판사회의…"성역없는 보강조사 이뤄져야"
97명 참석해 '블랙리스트' 관련 결의안 채택…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요구도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보강조사 의지를 밝힌 가운데 수원지법 판사들이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수원지법 판사들은 29일 법원 강당에서 판사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작성하고 법원 내부 전산망(코트넷)에 게시하기로 했다.
판사들은 결의문에서 "이번 조사결과 밝혀진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법관의 독립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에게 향후 진행될 조사가 성역 없이 공정하게 이뤄질 것과 이번 사건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관한 결의안도 따로 마련됐다.
판사들은 이 결의안을 통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상설화·제도화를 주장했다.
또 전국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은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대표로 구성될 것과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사항을 대법원장이 최대한 존중하고 사법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는 수원지법 소속 판사 149명 중 97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진행됐다.
대법원 규칙은 각급 법원 소속 판사 재적수의 5분의 1 이상이 소집을 요구하면 법원장이 판사회의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원지법은 지난 25일 소집 요건이 갖춰지자 판사회의 개최를 결정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 판사들의 동향을 수집하고 명단을 관리하면서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해 4월 진상조사에서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법원행정처 컴퓨터 등을 검증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됐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11월 추가조사 방안을 수용하면서 추가조사위가 구성됐고 법원행정처 컴퓨터 속 파일을 선별 조사하는 등 조사활동을 벌인 뒤 지난 22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추가조사 결과, 특정 법관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염두에 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반면 법원행정처가 양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학술 모임이나 판사들의 동향을 부적절한 방법을 써서 수집했다는 정황을 담은 문건 등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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