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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에 당직 서주러 갔다가…"환자엔 최선을 다한 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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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에 당직 서주러 갔다가…"환자엔 최선을 다한 의사였다"
밀양 행복한병원 원장 "못 가게 말리지 못해 회한이 남습니다"

(밀양=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화재 전날 민 과장이 세종병원에 가는 줄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뜯어말렸을 겁니다. 이를 막지 못해 결국 세상을 등졌다는 생각에 회한이 남습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숨진 의사 민모(59)씨는 원소속 병원인 밀양 '행복한병원' 정형외과 과장이었다.
이 병원 김진국(76) 원장은 "화재 당일 출근했는데 민 과장이 출근하지 않아 직원들에게 물어봤더니 '전날 세종병원에 당직을 서기 위해 가는 것 같더라'고 했다"며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그런 경우가 있느냐'고 화를 냈는데 나중에 뉴스를 보고 가슴이 덜컥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민 씨는 세종병원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의사의 꿈을 키우다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한림대에서 조교수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밀양에서 병원을 개업하자 이곳으로 내려와 함께 근무했다.
이후 경남지역 병원 몇 군데를 옮겨 다닌 민 씨는 마지막 직장이 된 행복한병원에 들어오기 전 세종병원에서 잠시 일했다.
김 원장은 "아마 민 과장이 전 직장에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하루만 당직을 서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거절하지 못한 것 같다"며 "전날 밤에 세종병원에 갔다는 사람이 다음 날 아침 불이 날 때까지 있던 것으로 봤을 때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직근무를 섰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민 씨가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은 성격이었으나 환자에게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 의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격적으로 성숙했을 나이고 또 특별히 의협심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의사라면 불이 난 상황에서 제 몸을 챙기기보다 환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며 "민 과장도 요령을 부리거나 자기 것만 챙기는 성격은 아니었으며, 불이 난 날도 환자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 직원도 "평소 말수도 없고 큰소리도 거의 안 냈을 정도로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셨다"며 "가족 등 사적인 얘기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평소 환자에게 성실하게 임하던 태도를 보면 참변을 당한 날도 환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재가 있고 나서 김 원장은 유족들이 유품을 챙기러 올 경우를 대비해 아직 민 씨의 방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있었다.
옷장에는 평소 그가 진료 때마다 착용한 의료용 가운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김 원장은 "이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하필 불이 난 날 민 과장이 세종병원에 가 있던 바람에 숨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원장으로서 병원 내부사정을 더 깊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사흘이 지나도록 민 씨의 시신은 빈소가 마련되지 않아 밀양시내 병원에 안치돼 있다.
가족들은 현재 밀양의 한 숙소에 머무르며 빈소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home12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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