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정당등록 6개월 연기…조기대선 참여 '빨간불'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야권의 조기 대선 참여가 사실상 봉쇄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26일(현지시간)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친정부 성향의 대법원은 전날 선거관리위원회가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의 정당 재등록을 6개월간 연기하도록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MUD가 이중가입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결 근거를 제시했다.
앞서 MUD를 이끄는 정의제일당, 민중의지당, 민주행동당은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국 355개 도시의 시장을 선출하기 위해 작년 12월 초에 실시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불참했다.
선거 불참에 맞서 친정부 성향의 최고 헌법 기관인 제헌의회는 같은 달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불참한 주요 야당 3곳에 대해 정당으로서 법적 지위를 다시 신청해야 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제헌의회는 또 지난 23일 선거 당국이 12월로 예상됐던 대선을 늦어도 4월 30일까지 시행하도록 명령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MUD는 이에 따라 이번 주말께 선관위에 정당 재등록을 할 계획이었다. 정당등록이 돼야만 대선 후보를 낼 수 있어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 이후 야권이 별도의 조기 대선 참여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선에 후보를 낼 수 없을 수도 있다.
야권이 지방선거 이후 분열된 데다 주요 야당 인사의 대선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터라 마두로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에 필적할 만한 민중의지당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스는 가택 연금된 상태며 다른 야권 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도 이미 공직 선거 출마가 금지됐다.
야권은 대법원의 판결에 즉각 반발했지만 동시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야권이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 대선에 참여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비난하는 이번 대선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제사회 비판에 따라 이번 대선에 불참한다면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를 6년간 연장하는 것을 방관하는 셈이 된다.
집권 여당 통합사회주의당(PSUV)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마두로 대통령은 24일부터 본격적인 선거 유세에 돌입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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