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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업 힘들지 않으냐고요? 탈북하는 것보다 쉽죠"
인기 웹툰 '로동심문' 책으로 낸 탈북 작가 최성국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항상 보면 웃어주니 내 심장이 불탑니다." "심장에 불이요? 저는 그냥 친구 같아서 편하게 대했던 것인데……."
여자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친구'라는 단어를 발견한 남자는 "이건 백두혈통에나 일어날 일"이라며 감격한다. 남자는 내친김에 결혼 이야기까지 꺼내지만, 답이 없던 여자의 SNS 상태는 곧 '알 수 없음'으로 바뀐다.
신간 '자유를 찾아서'(꼬레아우라 펴냄)에 실린 남녀북남간 일화다. 북한에서 남녀 사이 친구는 무조건 연인을 뜻한다. 주인공인 탈북 남성 용철이가 착각 속에서 혼자 진도를 나가다 벌어진 참사는 마음 아프면서도 웃기다.
책은 2016년 5월부터 네이버에 연재 중인 인기 웹툰 '로동심문'을 엮은 것이다. '북에서 온 그대들의 남한 표류기'를 그려내는 저자 또한 올해로 탈북 9년 차인 최성국(38) 작가다.
책에 담긴 이야기 하나하나가 생생하다. 작가가 겪었거나, 주변 탈북자들에게서 듣거나,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며 접한 실제 일화들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철저히 지시에 따라 움직였던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자유가 불편할 지경이다. 충성 맹세는 곧잘 하지만, 인사는 익숙하지 않다. 일반 병원을 찾아가 침을 놓아달라며 뇌물을 슬쩍 내밀었다가 면박을 당하기도 한다.



작가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독자 중에서는 그동안 북한을 너무 몰랐다, '로동심문' 덕분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반응이 제일 많다"고 전했다.
"그런 반응을 보면서 남쪽은 사람들에게 북쪽에 대해 교육을 안 했다는 생각이 들죠. 물론 북쪽은 진실을 숨겨야 하니까 남쪽에 대해 전부 거짓 교육을 시켰고요."
작가는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원도가'(애니메이터)로 일했다. 14살 무렵 그린 '반미투쟁' 그림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미술과 인연을 맺었다. "우리 80년생 잔나비(원숭이) 띠가 좀 손기술이 있다"며 웃던 작가는 "어릴 적 김일성이 너무 좋아서 계속 김일성 그림을 그린 덕분에 손기술이 발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한으로 온 뒤에도 창작 욕구는 식지 않았다. 남북한 간의 문화, 인식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히고 싶다는 생각도 다시 만화 작업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길거리에 나갔는데 통일을 반대한다, 통일되면 우리가 북한 다 먹여 살려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봤어요. 황당하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통일되면) 북한 사람들도 자신이 일한 만큼 벌 수 있게 되니 정말 열심히 일할 거고, 세금도 열심히 낼 겁니다." 그는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던 끝에 "사람들이 북한을 너무 몰라서 통일을 두려워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모니터 앞에 앉아 구상에 몰두한다는 작가는 웹툰 일화 하나하나 "피 같고 살 같다"고 표현했다. '로동심문' 말고도 여러 작업을 진행 중인 작가에게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탈북하는 것보다 쉽죠"라는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남한 작가들이 그린 만화·웹툰도 평소 즐겨 읽는다. "무슨 만화에 간첩 잡는 이야기도 없고, 애국심도 없고, 목숨 바치는 것도 없고 죄다 이기적이고 비겁한 인물뿐이냐"며 투덜댔던 정착 초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세상 공부를 많이 하게 되면서부터 만화가 재미있더라고요. 요즘 좋아하는 작품은 '유미의 세포들'이에요. 만화로서 정말 충실하고 중독성이 강합니다. 기안84의 '복학왕'도 한국 학생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돼요."
남북 관계에도 관심이 많은 작가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을 두고 "평창을 계기로 남한에 왔던 북한 사람들이 돌아가 남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퍼뜨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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